최근 북한이 TV로 방영한 군사 퍼레이드에 최고 20억원대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가 등장해 유엔의 대북 사치품 금수조치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5일(현지시간) "초호화급 벤츠 방탄 리무진이 북한 군사 퍼레이드에서 2대나 목격됐다"면서 유엔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제의 벤츠 차량은 지난달 2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하는데 김일성과 김정일 사진이 인쇄된 대형 깃발을 나르는데 각각 사용됐다. 그날은 북한이 '전승절'로 경축하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61주년이었다.
주문형 리무진 전문가인 세드릭 라크르와는 신문에 "자그마치 12기통 엔진으로 방탄 장갑의 중량을 너끈히 견딜 수 있는 메르세대스 S 600 시리즈 차량이 맞는 것 같다"면서 "대당 가격은 장갑 수준에 따라 최고 120만 파운드(약 20억8천만원)를 호가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동영상에 보이는 차량이 통상 벤츠 리무진보다 훨씬 길지만 주문제작된 것일 수 있으며, 독특한 전조등과 라디에이터 그릴은 지난 수 년간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벤츠 S 클래스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벤츠사 홍보 관계자는 그러나 화면만으로 자사 제품임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 설령 맞더라도 외부 회사가 개조했을 수 있고, 적어도 자기네가 공급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벤츠 본사는 독일 스튜트가르트에 있다.
유엔,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이유로 고급 승용차, 보석, 요트 등을 금수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리무진은 중국과 러시아의 중개상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을 수 있으며 현재 중·러는 대북 반입 사치품 목록조차 갖고 있지 않는 실정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벤츠 리무진은 지난 2012년 역시 군사 퍼레이드를 담은 조선중앙통신 사진에도 등장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기본형 사양에 가까웠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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