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3개월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신변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TV가 8일 생중계한 김일성 주석 20주기 중앙추모대회의 주석단에는 김양건 부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석단에는 박도춘, 김기남, 최태복, 김평해, 곽범기, 최룡해, 강석주, 오수용 등 당 비서들이 대부분 나왔지만 대남 담당 비서인 김양건 부장은 없었다.
김양건 부장은 지난 4월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1차 회의 당시 주석단에 나타난 이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의 '칩거'가 3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 부장은 작년 12월 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강원도 마식령스키장 현지지도를 수행할 때만 해도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올해 3월 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일에도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부장의 칩거가 길어지는 것은 그의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김양건 부장의 건강이상설이 나온 지는 오래 됐다"며 "최근 그가 해외에서 무릎관절 수술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이 평소 과음을 자주 한 탓에 간 상태가 악화했다는 설도 제기됐다.
그가 올해 72세의 고령이라는 점도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김양건 부장이 공개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통일전선부장에서 경질됐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북한이 올해 초 대남 유화공세를 벌이고 지난 2월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됐을 때만 해도 북한 지도부에서 김 부장의 비중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부장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장성택 숙청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 작년 11월 말 백두산지구 삼지연 혁명사적지 방문에도 동행해 최고지도자의 측근임을 과시했다.
김 부장이 고령과 건강 악화로 활동을 못하거나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대남 정책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방위원회 '특별 제안'과 '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드러난 대남 유화공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 "김 부장이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기는 하지만 1인 지배체제인 북한에서 통일전선부장이 누구냐에 따라 대남 정책이 좌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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