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다는 의미는 정치에서 어떤 걸까요?
과거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새롭게 만들어간다는 의미일까요?
부끄러운 과거라면 응당 그래야 하지만, 자랑스러운 과거인데도 '새정치'라는 차별화를 위해 부정하려 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 정책을 놓고 안철수 위원장 측이 곤경에 빠졌습니다.
발단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체결한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을 정강정책에서 빼야 한다는 얘기 때문이었습니다.
안 위원장 측이 내세운 삭제 이유는 '원래 취지와 무관하게 6.15 선언과 10·4 선언이 보수와 진보의 이념 논쟁 대상이 돼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수 쪽에서는 '임기 말에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하고, 진보 족에서는 '보수 정권이 남북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이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 쪽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체결했던 7.4 남북 공동성명과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체결한 남북 기본합의서까지 모두 포함하자고 절충점을 제시했지만 안 위원장 측이 거절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 대신 안 위원장 측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평화 통일'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우리가 북한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창당발기문에 포함된 이 문구의 삭제를 주장했지만, 안 위원장 측은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안철수 위원장 측은 6.15와 10.4 성명의 흔적을 지우려 하고, 왜 민주당은 그 흔적을 남기려 하는 걸까요?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민주당이 배출된 대통령이자, 유일하게 남북 정상회담을 한 대통령들입니다.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고, 이른바 진보 진영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민주당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로 민주당'을 경계하는 안 위원장 측으로서는 민주당에 흡수됐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탈 민주당화'가 필요했을 겁니다.
중도 보수층을 끌어와야 한다는, 영남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가져와야 한다는 명분 논리도 내세웠을 법합니다.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흔적은 안 위원장 측으로서는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에는 뿌리와도 같은 정신이기에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안 위원장 측은 왜 몰랐을까요?
논란은 커졌습니다.
어제 안 위원장과 민주당 상임고문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가 됐고, 민주당 의원들의 트위터에는 안 위원장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랐습니다.
잠깐 보겠습니다.
"논쟁을 피하려고 좋은 역사, 업적을 포기하면 안 된다. 6.15는 7.4 남북 기본합의서에 출발했고 10.4는 6.15에서 출발했다. 남북정부 간 합의는 존중해야 한다"(박지원 의원 트위터)
"6.15, 10·4 선언을 계승한다는 것이 소모적인 이념논쟁의 대상인가. 그건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6.15, 10·4 선언을 계승하자는 것을 낡은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새 정치인가. 차별화의 강박관념이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하다"(김기식 의원)
"정권이 바뀌어도 전임 대통령의 남북합의정신을 승계해야 하거늘 하물며 같은 당에서 이래도 되는가?"(정청래 의원)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 삭제하고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역사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새 정치'? 새 정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닐 터, 과거삭제 원하는 이유는 듣고 싶다." (은수미 의원)
남북선언이 정강정책에서 빠진 당이라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안 의원과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힌 의원도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후폭풍은 안 위원장 측도 미처 예상치 못한 것이었습니다.
126명의 제1야당을 안 위원장 측이 너무 우습게 본 것일까요?
게다가 오늘 아침 마침내 문재인 의원이 안철수 위원장 측을 향해 엄중한 사인을 보냈습니다.
문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
- "6.15선언과 10.4 정상 선언은 그것은 우리가 과거 지나간 일이 아니라 앞으로 남북관계가 정상적으로 발전해 나가려면 남북이 함께 존중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 대박을 말하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우리가 요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통합신당의 정강정책에서 그 부분을 뺀다는 것은 그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 의원의 말은 안철수 의원을 향한 일종의 경고일까요?
아니면 점잖은 조언의 수준일까요?
민주당 내 중진 의원들과는 식사 정치를 하면 스킨십을 넓히는 안 의원이 아직 문재인 의원과는 만나지 않은 터라 문 의원의 말이 갖는 무게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김한길 대표가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직접 진화에 나섰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
- "안철수 위원장과 자신은 4.19 5.18은 물론이고 6.15와 10·4 정신 계승에 이견이 없었다. 이를 새정치민주연합 정강정책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도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신당 정강정책을 논의하는 실무 단위 빚어진 문제는 안철수 위원장과 협의한 결과가 아닌 것 같다. 안철수 위원장이 곧 견해를 밝힐 것이다."
회의가 끝난 후 안 위원장은 정말 서면 성명서를 통해 견해를 밝혔습니다.
"저는 대선 전부터 6·15 와 10·4 선언의 정신은 우리가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로 누차 천명해왔으며, 새정치연합의 정신 역시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이 같은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안철수 의원)
그런데 김한길 대표의 말과 달리 안 위원장의 성명서에는 6·15, 10·4선언을 정강정책에 명시적으로 포함하겠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놓고 보면, 안 위원장의 말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안 위원장 측 정강정책 분과위원장인 서울대 윤영관 교수나 금태섭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면, 6.15와 10·4 선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정강 정책에서 빼자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두 선언을 계승하되, 명시적으로 정강 정책에 넣어 소모적 논쟁을 불러올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안 위원장의 성명서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하지만, 이는 정강 정책에 명시하고 계승하자는 민주당 의원들 생각과는 천양지차입니다.
이번 삐걱거림은 앞으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쪽이 보여줄 여러 갈등의 서막일까요?
지금은 통합의 명분이 더 중요하다 보니 다들 조용조용, 어쩌면 참고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념과 정책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 또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당권 싸움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날 겁니다.
두 진영이 이 갈등을 통합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과거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새롭게 만들어간다는 의미일까요?
부끄러운 과거라면 응당 그래야 하지만, 자랑스러운 과거인데도 '새정치'라는 차별화를 위해 부정하려 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 정책을 놓고 안철수 위원장 측이 곤경에 빠졌습니다.
발단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체결한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을 정강정책에서 빼야 한다는 얘기 때문이었습니다.
안 위원장 측이 내세운 삭제 이유는 '원래 취지와 무관하게 6.15 선언과 10·4 선언이 보수와 진보의 이념 논쟁 대상이 돼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수 쪽에서는 '임기 말에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하고, 진보 족에서는 '보수 정권이 남북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이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 쪽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체결했던 7.4 남북 공동성명과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체결한 남북 기본합의서까지 모두 포함하자고 절충점을 제시했지만 안 위원장 측이 거절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 대신 안 위원장 측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평화 통일'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우리가 북한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창당발기문에 포함된 이 문구의 삭제를 주장했지만, 안 위원장 측은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안철수 위원장 측은 6.15와 10.4 성명의 흔적을 지우려 하고, 왜 민주당은 그 흔적을 남기려 하는 걸까요?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민주당이 배출된 대통령이자, 유일하게 남북 정상회담을 한 대통령들입니다.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고, 이른바 진보 진영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민주당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로 민주당'을 경계하는 안 위원장 측으로서는 민주당에 흡수됐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탈 민주당화'가 필요했을 겁니다.
중도 보수층을 끌어와야 한다는, 영남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가져와야 한다는 명분 논리도 내세웠을 법합니다.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흔적은 안 위원장 측으로서는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에는 뿌리와도 같은 정신이기에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안 위원장 측은 왜 몰랐을까요?
논란은 커졌습니다.
어제 안 위원장과 민주당 상임고문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가 됐고, 민주당 의원들의 트위터에는 안 위원장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랐습니다.
잠깐 보겠습니다.
"논쟁을 피하려고 좋은 역사, 업적을 포기하면 안 된다. 6.15는 7.4 남북 기본합의서에 출발했고 10.4는 6.15에서 출발했다. 남북정부 간 합의는 존중해야 한다"(박지원 의원 트위터)
"6.15, 10·4 선언을 계승한다는 것이 소모적인 이념논쟁의 대상인가. 그건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6.15, 10·4 선언을 계승하자는 것을 낡은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새 정치인가. 차별화의 강박관념이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하다"(김기식 의원)
"정권이 바뀌어도 전임 대통령의 남북합의정신을 승계해야 하거늘 하물며 같은 당에서 이래도 되는가?"(정청래 의원)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 삭제하고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역사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새 정치'? 새 정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닐 터, 과거삭제 원하는 이유는 듣고 싶다." (은수미 의원)
남북선언이 정강정책에서 빠진 당이라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안 의원과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힌 의원도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후폭풍은 안 위원장 측도 미처 예상치 못한 것이었습니다.
126명의 제1야당을 안 위원장 측이 너무 우습게 본 것일까요?
게다가 오늘 아침 마침내 문재인 의원이 안철수 위원장 측을 향해 엄중한 사인을 보냈습니다.
문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
- "6.15선언과 10.4 정상 선언은 그것은 우리가 과거 지나간 일이 아니라 앞으로 남북관계가 정상적으로 발전해 나가려면 남북이 함께 존중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 대박을 말하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우리가 요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통합신당의 정강정책에서 그 부분을 뺀다는 것은 그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 의원의 말은 안철수 의원을 향한 일종의 경고일까요?
아니면 점잖은 조언의 수준일까요?
민주당 내 중진 의원들과는 식사 정치를 하면 스킨십을 넓히는 안 의원이 아직 문재인 의원과는 만나지 않은 터라 문 의원의 말이 갖는 무게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김한길 대표가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직접 진화에 나섰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
- "안철수 위원장과 자신은 4.19 5.18은 물론이고 6.15와 10·4 정신 계승에 이견이 없었다. 이를 새정치민주연합 정강정책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도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신당 정강정책을 논의하는 실무 단위 빚어진 문제는 안철수 위원장과 협의한 결과가 아닌 것 같다. 안철수 위원장이 곧 견해를 밝힐 것이다."
회의가 끝난 후 안 위원장은 정말 서면 성명서를 통해 견해를 밝혔습니다.
"저는 대선 전부터 6·15 와 10·4 선언의 정신은 우리가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로 누차 천명해왔으며, 새정치연합의 정신 역시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이 같은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안철수 의원)
그런데 김한길 대표의 말과 달리 안 위원장의 성명서에는 6·15, 10·4선언을 정강정책에 명시적으로 포함하겠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놓고 보면, 안 위원장의 말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안 위원장 측 정강정책 분과위원장인 서울대 윤영관 교수나 금태섭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면, 6.15와 10·4 선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정강 정책에서 빼자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두 선언을 계승하되, 명시적으로 정강 정책에 넣어 소모적 논쟁을 불러올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안 위원장의 성명서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하지만, 이는 정강 정책에 명시하고 계승하자는 민주당 의원들 생각과는 천양지차입니다.
이번 삐걱거림은 앞으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쪽이 보여줄 여러 갈등의 서막일까요?
지금은 통합의 명분이 더 중요하다 보니 다들 조용조용, 어쩌면 참고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념과 정책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 또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당권 싸움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날 겁니다.
두 진영이 이 갈등을 통합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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