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완벽한 연기와 눈물 바다가 된 이산가족 상봉, 침통한 리조트 붕괴사괴, 잠시 뒤 귀국하는 이집트 관광객 부상자들.
정말 매일 매일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집권 여당은 더 정신없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당내 최고 중진 의원과 원내대표의 고성과 충돌이 있었습니다.
발단은 이랬습니다.
어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최 원내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오늘부터 3박4일 동안 여야 의원 40여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문제 삼았습니다.
"20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있는데, 의원들이 대거 빠지면 어떻게 하느냐. 20일 출국하는 의원 규모를 줄여달라"
잠자코 듣고 있던 정 의원이 발끈 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원내지도부에 양해까지 구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딴소리를 하느냐"
"시진핑 주석과 만나는 일정도 있고, 비즈니스석이 40석이 넘는 비행기로 바꾸기까지 했다."
정 의원으로서는 도저히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 반응이었습니다.
최 원내대표가 이쯤에서 참았으면 좋았을 법 하지만, 최 원내대표도 소리쳤습니다.
"언제 나한테 협조를 구했느냐. 그런 얘기 보고도 못받았다"
이에 정 의원이 "왜 소리 지르느냐. 이러니까 만날 소리 지른다고 하지"라고 최 원내대표를 자극했고,
최 원내대표는 "내가 언제 소리를 질렀느냐"고 다시 원성을 높였습니다.
"그러면 동양상을 틀까? 동영상 갖고 와"
정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후 두 사람의 발언 수위는 더 높아졌습니다.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느냐. (최 원내대표는) 내가 하려는 것을 반대하거나 나한테 목소리를 높인다"(정몽준 의원)
"현대중공업 백지신탁 문제를 거론하며 '정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가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돌아다니지 않았느냐"(정몽준 의원)
"내가 모를 줄 아느냐"(정몽준 의원)
정말 이 말만 놓고 보면 정 의원이 그동안 최 원내대표에 대한 상당한 감정이 쌓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 원내대표 역시 그냥 당하고만있지 않겠다고 작심한 모양입니다.
"기자들이 온갖 사안에 대해 다 내 생각을 물어보는데 그게 문제가 되는냐. 그 정도 얘기도 못할 게 뭐 있느냐"(최경환 원내대표)
설전과 고성이 이어지자 황우여 대표까지 나서 정 의원과 최 원내대표를 말렸지만, 싸움이 진정되기는 커녕 더 커져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김무성 의원과 황우여 대표, 홍문종 사무총장까지 가세했습니다.
김 의원은 홍 총장을 향해 "지난 대선 때 동교동계 인사들이 중요한 결단을 내려 우리를 도와줬다. 이들뿐 아니라 대선 때 고생한 우리 동지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그러자 황 우여 대표가 "여러 곳에 얘기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상황 아니냐"며 나름 해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김무성 의원을 더 자극했습니다.
"난 귀가 없는 줄 아느냐. 누구누구 사람만 챙겨주는 걸 다 아는데, 뭔 소리냐"(김무성 의원)
이렇게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는 김연아의 가슴 졸인 연기보다 더 아슬아슬하게 이어졌습니다.
여당 최고 지도부 내의 충돌은 사실 예견된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대선이 끝나고, 사라졌다던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다시 꿈틀거렸고, 서울시장 선거와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이른바 '박심'까지 더해져 그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게 어제 터졌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입니다.
특정 친박계 인사와 지도부, 그리고 조금 떨어진 친박계와 비주류인사들 간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폭발한 겁니다.
그래서 어제 이 일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제 올 것이 왔고, 그 갈등은 더 커질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집권 여당이 점점 '난장'이 돼가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견고한 듯 보입니다.
MBN이 여론조사기관이 매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65.2%가 '매우 잘하고 있다' 또는 '잘하고 있다'로 평가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취임 1년 후 평가때 30%대 중반에 머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입니다.
덩달아 새누리당 지지율도 높습니다.
당 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은 40%, 민주당은 6.5%, 새정치연합은 18.4%로 나타났습니다.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새누리당의 높은 지지율.
청와대에서 또 집권 여당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 지지율은 좀처럼 요동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놓고 보면, 한 번 실수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피겨스케이팅과 정치는 참으로 다른 것 같습니다.
김연아에게는 피겨 인생의 마지막이자 실수해서는 안 되는 딱 한 번 뿐인 기회만이 남았고, 새누리당은 실수해도 그것이 그리 치명적이지 않고, 또 기회는 오니까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정말 매일 매일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집권 여당은 더 정신없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당내 최고 중진 의원과 원내대표의 고성과 충돌이 있었습니다.
발단은 이랬습니다.
어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최 원내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오늘부터 3박4일 동안 여야 의원 40여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문제 삼았습니다.
"20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있는데, 의원들이 대거 빠지면 어떻게 하느냐. 20일 출국하는 의원 규모를 줄여달라"
잠자코 듣고 있던 정 의원이 발끈 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원내지도부에 양해까지 구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딴소리를 하느냐"
"시진핑 주석과 만나는 일정도 있고, 비즈니스석이 40석이 넘는 비행기로 바꾸기까지 했다."
정 의원으로서는 도저히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 반응이었습니다.
최 원내대표가 이쯤에서 참았으면 좋았을 법 하지만, 최 원내대표도 소리쳤습니다.
"언제 나한테 협조를 구했느냐. 그런 얘기 보고도 못받았다"
이에 정 의원이 "왜 소리 지르느냐. 이러니까 만날 소리 지른다고 하지"라고 최 원내대표를 자극했고,
최 원내대표는 "내가 언제 소리를 질렀느냐"고 다시 원성을 높였습니다.
"그러면 동양상을 틀까? 동영상 갖고 와"
정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후 두 사람의 발언 수위는 더 높아졌습니다.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느냐. (최 원내대표는) 내가 하려는 것을 반대하거나 나한테 목소리를 높인다"(정몽준 의원)
"현대중공업 백지신탁 문제를 거론하며 '정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가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돌아다니지 않았느냐"(정몽준 의원)
"내가 모를 줄 아느냐"(정몽준 의원)
정말 이 말만 놓고 보면 정 의원이 그동안 최 원내대표에 대한 상당한 감정이 쌓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 원내대표 역시 그냥 당하고만있지 않겠다고 작심한 모양입니다.
"기자들이 온갖 사안에 대해 다 내 생각을 물어보는데 그게 문제가 되는냐. 그 정도 얘기도 못할 게 뭐 있느냐"(최경환 원내대표)
설전과 고성이 이어지자 황우여 대표까지 나서 정 의원과 최 원내대표를 말렸지만, 싸움이 진정되기는 커녕 더 커져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김무성 의원과 황우여 대표, 홍문종 사무총장까지 가세했습니다.
김 의원은 홍 총장을 향해 "지난 대선 때 동교동계 인사들이 중요한 결단을 내려 우리를 도와줬다. 이들뿐 아니라 대선 때 고생한 우리 동지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그러자 황 우여 대표가 "여러 곳에 얘기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상황 아니냐"며 나름 해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김무성 의원을 더 자극했습니다.
"난 귀가 없는 줄 아느냐. 누구누구 사람만 챙겨주는 걸 다 아는데, 뭔 소리냐"(김무성 의원)
이렇게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는 김연아의 가슴 졸인 연기보다 더 아슬아슬하게 이어졌습니다.
여당 최고 지도부 내의 충돌은 사실 예견된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대선이 끝나고, 사라졌다던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다시 꿈틀거렸고, 서울시장 선거와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이른바 '박심'까지 더해져 그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게 어제 터졌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입니다.
특정 친박계 인사와 지도부, 그리고 조금 떨어진 친박계와 비주류인사들 간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폭발한 겁니다.
그래서 어제 이 일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제 올 것이 왔고, 그 갈등은 더 커질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집권 여당이 점점 '난장'이 돼가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견고한 듯 보입니다.
MBN이 여론조사기관이 매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65.2%가 '매우 잘하고 있다' 또는 '잘하고 있다'로 평가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취임 1년 후 평가때 30%대 중반에 머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입니다.
덩달아 새누리당 지지율도 높습니다.
당 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은 40%, 민주당은 6.5%, 새정치연합은 18.4%로 나타났습니다.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새누리당의 높은 지지율.
청와대에서 또 집권 여당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 지지율은 좀처럼 요동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놓고 보면, 한 번 실수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피겨스케이팅과 정치는 참으로 다른 것 같습니다.
김연아에게는 피겨 인생의 마지막이자 실수해서는 안 되는 딱 한 번 뿐인 기회만이 남았고, 새누리당은 실수해도 그것이 그리 치명적이지 않고, 또 기회는 오니까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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