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문재인의 '연대론'과 안철수의 '독자론'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운명적 관계는 결국 어떻게 판가름날까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대권의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누구나 경쟁자가 있을 것이라고, 누구나 동지가 있을 수 있겠죠.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어떤 관계 맺음으로 끝이 날까요?

문재인 의원은 어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에게 연대의 손짓을 보냈습니다.

"우리 당(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사이에 유연한, 신축성 있는 연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문 의원의 말은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염려가 없는 곳에서는 한껏 경쟁하고, 그럴 위험이 있는 곳에서는 분열을 피해야 하고, 누가 나가도 이기기 힘든 지역에서는 힘을 모아 공동으로 하자는 겁니다.

과거처럼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연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꺾으면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모두 살아남는 수를 택한 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통합에도 문재인 의원은 반대했습니다.

"지금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로 생겨나는 정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잘되길 바란다. 경쟁할 때는 경쟁하면서 거대한 목표를 위해서는 함께 힘을 합치자 그런 말씀을 드리겠다"

통합에는 반대하지만, 결국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연대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한 듯 보입니다.

새정치신당 쪽에서는 기분 나쁜 투가 역력합니다.

"언제까지 창당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왜 연대 얘기가 나오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금태섭 신당 대변인)

"어부지리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흩어지면 지고 뭉치면 이긴다는 것이 전제됐을 때 성립되는 이야기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야권 전체가 모여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졌는데도 졌다"(금태섭 신당 대변인)

안철수 의원 쪽의 속내는 민주당과 연대해봐야 오히려 승산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걸까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독자 노선을 걸음으로써 단 한 곳이라도 승리해 신당의 기반을 구축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걸까요?

박원순 시장을 둘러싼 생각도 너무나 다릅니다.

문재인 의원의 말과 신당 쪽의 얘기를 들어보죠.

"박원순 시장은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이 힘을 모아 당선시킨 시장이다. 박원순 시장이 재선이 되게 함께 노력하는 게 양당의 도리 아닌가"(문재인 의원)

"저희가 오랫동안 갈 수 있는 정당을 만들려고 하는데 단순히 특정인(박원순 시장)을 떨어뜨리려고 후보를 내보낼 생각은 없다."(금태섭 신당 대변인)

이런 게 확고하다면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아무래도 다시 손을 잡기는 어려울 듯싶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난 대선부터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가고자 하는 길은 달랐던 것 같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끊임없이 안철수 의원에게 후보 단일화를 요구했습니다.

3자 가상 대결에서 승리 가능성이 컸던 안철수 후보는 문 의원을 피해 다니며 독자 출마를 고집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얘기를 잠깐 볼까요?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2012년 10월30일)
- "압박한다고 하고 단일화 놓고 서로 각 세우기 주도권 잡기니 이렇게 다가오니까 단일화 논의 자체를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어떤 단일화, 어느 시기 단일화, 어느 시기부터 단일화 시작돼야 하는지 터놓고 얘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0월30일)
- "지금은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이 저희가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많은 분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지 거기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게 선행이 안 되고 다른 얘기 나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당시 문재인 의원은 안철수 의원에게 단일화를 압박했고, 안 의원은 자신이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작아서 그런지 자꾸 피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일화를 하라는 야권 안팎의 요구에 밀려 안철수 의원은 단일화에 응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울음을 삼키며 후보를 양보하게 됩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2012년 11월23일)
-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 주십시오.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

후보 양보에 대한 회한이 컸던 탓인지 안 의원은 선거 당일 미국으로 훌쩍 떠났고, 대선 결과는 후보 단일화에도 문재인 의원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후보(작년 12월19일)
-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루지 못했는데 다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박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리며 국민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줄 것을 기대합니다."

단일화, 그리고 패배로 이어진 그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할 안철수 의원에게 이번 지방선거에서 연대를 다시 한번 해보자는 문재인 의원의 말이 귀에 들어올까요?

그렇기에 문재인 의원의 '유연한 연대'는 안철수 의원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명확하지 않을까요?

박원순 시장이 말했듯,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강물을 따라 바다로 가지만, 한 배가 아닌 서로 다른 배를 타는 겁니다.

▶ 인터뷰 : 박원순 / 서울시장(1월24일 시사마이크 출연)
- "저는 크게 보면 (안철수 의원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서 비록 지금 서로 다른 배를 타고 있지만 그 배들이 결국엔 어디로 갑니까 다 큰 바다로 가잖아요 저는 그렇게 될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러나 두 배가 순풍에 바다로 갈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같은 방향이지만, 일렁이는 파도로 두 배가 서로 충돌해 난파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서로 상대방 배로 건너가고픈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점점 동지라기보다는 경쟁자로 자리 매김하는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