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마침내 공개적으로 서울시장 양보를 요구했습니다.
안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포함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후보를 전부 낸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시장 후보직을)양보 받을 차례 아니냐.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정치도의적으로."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이번에는 박원순 시장이 양보할 차례라니요.
안 의원은 그러나 본인이 직접 서울 시장 선거에 뛰어들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대리인에게 박원순 시장이 양보하라는 걸까요?
그동안 안철수 의원은 박원순 시장에 대해 '빚이 없다'고 말해왔습니다.
자신이 후보를 양보한 것은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9월의 얘기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2011년 9월6일)
- "저에게 보여주신 기대 역시 온전히 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 여깁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박원순 / 희망제작소 상임이사(2011년 9월6일)
- "좋은 세상,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기 힘든 이런 결론을 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신의 대한 높은 지지는 자신이 아닌 새정치에 대한 바람때문이라고 했던 몸을 한껏 낮췄던 안철수 의원.
그런 안 의원이 이제는 당당하게 후보를 양보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아닌 자신이 새정치를 할테니 밀어달라는 뜻이겠죠.
박원순 시장은 새정치를 할 수 없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을 떠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일까요?
어쨌든 안 의원은 2년 전 겸손했던 안철수가 아닙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의 반응이 놀랍습니다.
시민에 도움된다면 백번이라도 양보해 주겠다는 겁니다.
"시민에게 도움되는 일이라면 제가 (안철수 의원에게) 백번이라도 양보해야 한다"
시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전제가 붙었지만, 양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과연 안철수가 아닌 안철수 대리인에게 후보직을 양보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박 시장은 안 의원 본인이 직접 후보로 나오면 모를까, 대리인에게 후보직을 양보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대리인이 자신보다 서울시민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박 시장은 안 의원을 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만날 때가 아니라고 거리감을 뒀습니다.
여전히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안 의원의 양보론으로 두 사람 사이는 조금씩 멀어지지 않을까요?
박 시장이 재선의 꿈을 접을 만큼 안 의원과의 우정이 중요할까요?
박 시장은 안 의원이 왜 자신만이 새정치를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지 그런 서운한 생각은 들지 않을까요?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안 의원의 이런 행보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안철수 의원을 가르켜 '상왕정치'라고 했던 새누리당은 '자아도취'라는 말까지 꺼냈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자신은 절대선인양 기존 정당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속셈을 감추는 것은 정치 신인이 하기에는 지나치게 비겁한 행동이다. 안 의원이 주장하면 선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한 명도 없으며, 하루 속히 자아도취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만이 새정치를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비판한 것이겠죠.
그러나 새누리당은 안철수 의원이 서울시장을 비롯해 광역단체장 모두 후보를 내는 게 손익 면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 후보와 박원순 시장 후보가 표를 나눠가지면,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취할 수도 있으니까요.
새누리당에서는 김황식 전 총리의 영입으로 점점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입니다.
▶ 인터뷰 : 윤상현 / 새누리당 원내수석 부대표(어제)
- "(김황식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서 강력한 후보자 중 한분이고 여러 채널에서 그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김황식 전 총리 역시 최근 여권 관계자를 만나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혜훈 최고위원과 김황식 전 총리의 경선이 치러질 듯합니다.
민주당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안 의원에게 칼을 켜누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한 민주당은 안 의원이 분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
- "불통정권에 맞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분열이 심각한 국면에 접해 있다. 불통 정권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지 못하면 필패할 수 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구도라는게 간과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안철수 의원과 그가 이끄는 새정추를 국회의원 100석이 넘는 거대 정당과 동급으로 비교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안철수 신당'이라고 이름을 달았을 경우에 한합니다.
실제로 각 후보와 인물로 비교했을 때 안 의원이 거대 정당의 후보들보다 얼마나 새정치에 부합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양보론' 얘기가 거품에 기댄 '헛바람'일지, 아니면 영향력에 걸맞는 실체 있는 요구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안 의원은 기존 정당들의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고, 이제 앞으로 헤쳐나가는 몫은 전적으로 안 의원의 역할입니다.
좌초한다 해도 그 역시 안철수 의원의 한계일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안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포함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후보를 전부 낸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시장 후보직을)양보 받을 차례 아니냐.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정치도의적으로."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이번에는 박원순 시장이 양보할 차례라니요.
안 의원은 그러나 본인이 직접 서울 시장 선거에 뛰어들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대리인에게 박원순 시장이 양보하라는 걸까요?
그동안 안철수 의원은 박원순 시장에 대해 '빚이 없다'고 말해왔습니다.
자신이 후보를 양보한 것은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9월의 얘기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2011년 9월6일)
- "저에게 보여주신 기대 역시 온전히 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 여깁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박원순 / 희망제작소 상임이사(2011년 9월6일)
- "좋은 세상,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기 힘든 이런 결론을 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신의 대한 높은 지지는 자신이 아닌 새정치에 대한 바람때문이라고 했던 몸을 한껏 낮췄던 안철수 의원.
그런 안 의원이 이제는 당당하게 후보를 양보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아닌 자신이 새정치를 할테니 밀어달라는 뜻이겠죠.
박원순 시장은 새정치를 할 수 없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을 떠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일까요?
어쨌든 안 의원은 2년 전 겸손했던 안철수가 아닙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의 반응이 놀랍습니다.
시민에 도움된다면 백번이라도 양보해 주겠다는 겁니다.
"시민에게 도움되는 일이라면 제가 (안철수 의원에게) 백번이라도 양보해야 한다"
시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전제가 붙었지만, 양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과연 안철수가 아닌 안철수 대리인에게 후보직을 양보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박 시장은 안 의원 본인이 직접 후보로 나오면 모를까, 대리인에게 후보직을 양보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대리인이 자신보다 서울시민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박 시장은 안 의원을 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만날 때가 아니라고 거리감을 뒀습니다.
여전히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안 의원의 양보론으로 두 사람 사이는 조금씩 멀어지지 않을까요?
박 시장이 재선의 꿈을 접을 만큼 안 의원과의 우정이 중요할까요?
박 시장은 안 의원이 왜 자신만이 새정치를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지 그런 서운한 생각은 들지 않을까요?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안 의원의 이런 행보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안철수 의원을 가르켜 '상왕정치'라고 했던 새누리당은 '자아도취'라는 말까지 꺼냈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자신은 절대선인양 기존 정당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속셈을 감추는 것은 정치 신인이 하기에는 지나치게 비겁한 행동이다. 안 의원이 주장하면 선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한 명도 없으며, 하루 속히 자아도취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만이 새정치를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비판한 것이겠죠.
그러나 새누리당은 안철수 의원이 서울시장을 비롯해 광역단체장 모두 후보를 내는 게 손익 면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 후보와 박원순 시장 후보가 표를 나눠가지면,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취할 수도 있으니까요.
새누리당에서는 김황식 전 총리의 영입으로 점점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입니다.
▶ 인터뷰 : 윤상현 / 새누리당 원내수석 부대표(어제)
- "(김황식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서 강력한 후보자 중 한분이고 여러 채널에서 그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김황식 전 총리 역시 최근 여권 관계자를 만나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혜훈 최고위원과 김황식 전 총리의 경선이 치러질 듯합니다.
민주당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안 의원에게 칼을 켜누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한 민주당은 안 의원이 분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
- "불통정권에 맞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분열이 심각한 국면에 접해 있다. 불통 정권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지 못하면 필패할 수 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구도라는게 간과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안철수 의원과 그가 이끄는 새정추를 국회의원 100석이 넘는 거대 정당과 동급으로 비교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안철수 신당'이라고 이름을 달았을 경우에 한합니다.
실제로 각 후보와 인물로 비교했을 때 안 의원이 거대 정당의 후보들보다 얼마나 새정치에 부합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양보론' 얘기가 거품에 기댄 '헛바람'일지, 아니면 영향력에 걸맞는 실체 있는 요구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안 의원은 기존 정당들의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고, 이제 앞으로 헤쳐나가는 몫은 전적으로 안 의원의 역할입니다.
좌초한다 해도 그 역시 안철수 의원의 한계일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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