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2년차와 6월 지방선거라는 정치 지형 앞에서 새누리당 내 중진의원들의 물고 물리는 설전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서청원 대 이재오, 그리고 김무성 의원까지, 그 무게감이 남다른 세 중진의 오가는 설전에는 뭔가 뼈 있는 진심이 담겨 있을 겁니다.
돌아온 친박 원조인 서청원 의원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에서 건배사를 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건배사를 해 박 대통령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그런데 서청원 의원은 대통령 옆에서 그냥 건배사나 하는 친박 원로로 남아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인상도 받게 됩니다.
지난 8일 새누리당 회의에서 나온 말을 들어볼까요?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의원(8일 새누리당 최고 중진회의)
- "박근혜 정부가 국정목표의 하나를 경제살리기로 잡았다. 행정부에서 아무리 해도 행정부 뜻대로 안 된다. 어디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나. 국회가 잡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특히 중심을 잡아서 국민들이 얼마나 경제가 어려운지, 현장에서 보지 않았나."
서청원 의원은 지난해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서 돌아올 때 자신의 목표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라고 분명히 못박았습니다.
그 성공을 위해 이제는 당이 나서야 한다는 말, 혹시 들리나요?
당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던 서 의원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당이 잘해야 한다. 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부쩍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현 지도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그래서 자신이 직접 당권을 잡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싶다는 뜻일까요?
혹 서 의원이 진짜 당권에 관심이 있다면, 박 대통령의 지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박 대통령과는 한 마음, 한 뜻이라는 것을 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재오 의원이 개헌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자, 점잖던 서 의원이 발끈했습니다.
잠깐 다시 볼까요?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8일)
- "대통령은 후보시절 2가지를 공약했다. 돈이 드는 것은 돈이 안 되니까 물릴 수도 있다. 그러나 돈이 안 드는 공약은 지켜야 된다. 첫째가 대통령 되고 개헌논의 하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공약 지켜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 응답에 따라가는 것이 소통이고, 반대로 가는 것이 불통이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의원(8일)
- "이재오 의원이 개헌 얘기를 했는데 난 기억한다. 이명박 정부때 개헌한다고 김형오 국회의장 밑에 개헌특의 만들었다. 그때 모든 언론이 이재오 의원이 정권의 2인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힘이 있었다. 그런데 추진하지 못했다"
이날 서 의원의 얼굴에는 불쾌감이 역력했고, 이재오 의원 역시 매우 상기된 모습이었습니다.
이 의원은 다음날인 어제 트위터에 '작은 충성을 하는 것이 곧 큰 충성의 적이 된다'는 뜻의 "行小忠 則大忠之賊也"(행소충 즉대충지적야)라는 의미심장한 글귀를 남겼습니다.
중국 고서인 한비자 고사에 나오는 이 글귀는 주군의 입맛에만 맞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부하를 경계하는 의미입니다.
다분히 서청원 전 의원을 겨냥한 말일까요?
개헌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현 지도부와 중진들을 겨냥한 말일까요?
중앙대 동문으로 매우 가까운 서청원 의원과 이재오 의원이 서로 면전에서 상대방을 비판한 것은 과거 없었던 일입니다.
서의원이 정말 당권에 뜻이 있어, 어떤 계산으로 이렇게까지는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어느 혹자의 눈에는 그렇게도 비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서 의원 말고 당을 강조하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바로 김무성 의원입니다.
김 의원이 8일 부산 지역 언론과 한 인터뷰를 들어보죠.
"(대통령이) 무언가 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8일 부산 언론과 인터뷰)
"(박 대통령의 소통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한다."
"틀린 얘기를 하더라도 들어주는 모습이 우리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새누리당이 최근 경직됐고 자율적 의사결정이나 아이디어가 없는데, 이 모든게 정당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 돼서 오는 안 좋은 현상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했고, 새누리당의 정당 민주주의를 지적했습니다.
김무성 의원 역시 어떤 정치적 계산이나 복선을 깔고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서 의원과 마찬가지로 혹자들의 눈에는 김 의원이 차기 대권이나 당권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의 여지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사실 김무성 의원이 막판 철도파업의 중재자로 나서 사태를 해결하고,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기분 좋을 리 없습니다.
철도노조 파업이 자연스레 힘을 잃어가는 마당에 김 의원이 엉뚱하게 나서 오히려 비정상의 정상화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청와대는 볼 수 있습니다.
여기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관행과 대화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는데, 또 이를 불통이라 했으니 청와대 분위기가 좋을 리 없겠죠.
그런에 이상한 것은 이처럼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듯 보였던 김무성 의원이 이재오 의원의 개헌론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당의 최고중진회의는 훈수를 두는 기구인데 서로 간 입장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을 중진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그것도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후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8일 김무성 의원)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싶으면 따로 기자들 만나서 하지, 공개 석상에서 하지 말라는 겁니다.
어찌보면 박 대통령을 보호한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또 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을 비판한 것 같기도 합니다.
서청원 의원이 주류인 친박계의 좌장으로, 그리고 김무성 의원이 비주류의 좌장으로 자리 매김하는 걸까요?
본인들 뜻과는 무관하게 그렇게 다시 새누리당은 갈라지는 걸까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기 전당대회 얘기가 나오고 있고, 하반기 국회의장단 교체기도 맞물려 있습니다.
이를 차지하기 위한 중진 의원들의 손익계산이 바빠 돌아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엇이 됐든, 무게감이 있는 중진들의 행보 하나하나는 이제 많은 사람에게 어떤 특정한 의미를 던져줄 수 밖을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서청원 대 이재오, 그리고 김무성 의원까지, 그 무게감이 남다른 세 중진의 오가는 설전에는 뭔가 뼈 있는 진심이 담겨 있을 겁니다.
돌아온 친박 원조인 서청원 의원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에서 건배사를 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건배사를 해 박 대통령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그런데 서청원 의원은 대통령 옆에서 그냥 건배사나 하는 친박 원로로 남아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인상도 받게 됩니다.
지난 8일 새누리당 회의에서 나온 말을 들어볼까요?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의원(8일 새누리당 최고 중진회의)
- "박근혜 정부가 국정목표의 하나를 경제살리기로 잡았다. 행정부에서 아무리 해도 행정부 뜻대로 안 된다. 어디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나. 국회가 잡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특히 중심을 잡아서 국민들이 얼마나 경제가 어려운지, 현장에서 보지 않았나."
서청원 의원은 지난해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서 돌아올 때 자신의 목표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라고 분명히 못박았습니다.
그 성공을 위해 이제는 당이 나서야 한다는 말, 혹시 들리나요?
당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던 서 의원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당이 잘해야 한다. 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부쩍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현 지도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그래서 자신이 직접 당권을 잡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싶다는 뜻일까요?
혹 서 의원이 진짜 당권에 관심이 있다면, 박 대통령의 지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박 대통령과는 한 마음, 한 뜻이라는 것을 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재오 의원이 개헌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자, 점잖던 서 의원이 발끈했습니다.
잠깐 다시 볼까요?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8일)
- "대통령은 후보시절 2가지를 공약했다. 돈이 드는 것은 돈이 안 되니까 물릴 수도 있다. 그러나 돈이 안 드는 공약은 지켜야 된다. 첫째가 대통령 되고 개헌논의 하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공약 지켜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 응답에 따라가는 것이 소통이고, 반대로 가는 것이 불통이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의원(8일)
- "이재오 의원이 개헌 얘기를 했는데 난 기억한다. 이명박 정부때 개헌한다고 김형오 국회의장 밑에 개헌특의 만들었다. 그때 모든 언론이 이재오 의원이 정권의 2인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힘이 있었다. 그런데 추진하지 못했다"
이날 서 의원의 얼굴에는 불쾌감이 역력했고, 이재오 의원 역시 매우 상기된 모습이었습니다.
이 의원은 다음날인 어제 트위터에 '작은 충성을 하는 것이 곧 큰 충성의 적이 된다'는 뜻의 "行小忠 則大忠之賊也"(행소충 즉대충지적야)라는 의미심장한 글귀를 남겼습니다.
중국 고서인 한비자 고사에 나오는 이 글귀는 주군의 입맛에만 맞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부하를 경계하는 의미입니다.
다분히 서청원 전 의원을 겨냥한 말일까요?
개헌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현 지도부와 중진들을 겨냥한 말일까요?
중앙대 동문으로 매우 가까운 서청원 의원과 이재오 의원이 서로 면전에서 상대방을 비판한 것은 과거 없었던 일입니다.
서의원이 정말 당권에 뜻이 있어, 어떤 계산으로 이렇게까지는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어느 혹자의 눈에는 그렇게도 비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서 의원 말고 당을 강조하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바로 김무성 의원입니다.
김 의원이 8일 부산 지역 언론과 한 인터뷰를 들어보죠.
"(대통령이) 무언가 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8일 부산 언론과 인터뷰)
"(박 대통령의 소통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한다."
"틀린 얘기를 하더라도 들어주는 모습이 우리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새누리당이 최근 경직됐고 자율적 의사결정이나 아이디어가 없는데, 이 모든게 정당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 돼서 오는 안 좋은 현상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했고, 새누리당의 정당 민주주의를 지적했습니다.
김무성 의원 역시 어떤 정치적 계산이나 복선을 깔고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서 의원과 마찬가지로 혹자들의 눈에는 김 의원이 차기 대권이나 당권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의 여지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사실 김무성 의원이 막판 철도파업의 중재자로 나서 사태를 해결하고,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기분 좋을 리 없습니다.
철도노조 파업이 자연스레 힘을 잃어가는 마당에 김 의원이 엉뚱하게 나서 오히려 비정상의 정상화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청와대는 볼 수 있습니다.
여기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관행과 대화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는데, 또 이를 불통이라 했으니 청와대 분위기가 좋을 리 없겠죠.
그런에 이상한 것은 이처럼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듯 보였던 김무성 의원이 이재오 의원의 개헌론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당의 최고중진회의는 훈수를 두는 기구인데 서로 간 입장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을 중진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그것도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후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8일 김무성 의원)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싶으면 따로 기자들 만나서 하지, 공개 석상에서 하지 말라는 겁니다.
어찌보면 박 대통령을 보호한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또 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을 비판한 것 같기도 합니다.
서청원 의원이 주류인 친박계의 좌장으로, 그리고 김무성 의원이 비주류의 좌장으로 자리 매김하는 걸까요?
본인들 뜻과는 무관하게 그렇게 다시 새누리당은 갈라지는 걸까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기 전당대회 얘기가 나오고 있고, 하반기 국회의장단 교체기도 맞물려 있습니다.
이를 차지하기 위한 중진 의원들의 손익계산이 바빠 돌아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엇이 됐든, 무게감이 있는 중진들의 행보 하나하나는 이제 많은 사람에게 어떤 특정한 의미를 던져줄 수 밖을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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