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정치권에는 두 가지 경계령이 떨어졌습니다.
하나는 휴대전화 문자 조심, 또 하나는 말조심입니다.
NLL 논란으로 여야가 사생결단하듯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휴대전화 문자 하나와 말 한마디로 정국 주도권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국회 본회의 도중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김무성 의원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입니다.
'어제 대표님 발언을 유출한 사람은 김재원, 확인해준 사람은 서병수, 이혜훈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공개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께 NLL 국조를 제안하자고 건의 드릴 예정입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최경환 원내대표의 측근인 당직자로 알려졌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 발언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바로 이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뷰스앤뉴스 보도)
-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 그 원문을 보고 우리 내부에서도 회의를 해봤지만, 우리가 먼저 까면 모양새도 안 좋고 해서 원세훈(당시 국정원장)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원세훈이 협조를 안 해줘 가지고 결국 공개를 못 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대선 당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3시쯤 부산 유세에서 그 대화록을 많은 사람 앞에서 울부짖듯 쭉 읽었다."
김무성 의원은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대화록도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메라에 찍힌 문자메시지는 김 의원을 더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김 의원이 발언 색출자를 찾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낳을 만했습니다.
발언 유출자로 거론된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김무성 의원에게 억울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것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형님 김재원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뵈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먼저 문자메시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최고중진회의에서 형님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발설자로 제가 의심받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
김재원 본부장은 직접 본회의장으로 김무성 의원을 찾아가 얘기를 나누는 장면도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일종의 해프닝이지만, 그만큼 지금 시국이 민감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말조심' 경계령도 떨어졌습니다.
대선 전 뜨거운 쟁점이었다가 대선이 끝난 뒤 묻혔던 'NLL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건 다름 아닌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었습니다.
그것도 작정하고 한 게 아니고, 어쩌면 말실수였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민주당 의원(지난 17일)
- "국정원으로부터의 제보는 국정원에 (NLL 대화록 공개의)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으로 여권을 공격하던 도중 툭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수세에 몰리던 여권은 옳거니 하면서 대화록 공개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대화록과 발체본을 본 서상기 정보위원장과 몇몇 여당 의원들은 민감한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기자회견도 자청했습니다.
▶ 인터뷰 : 서상기 / 새누리당 의원(지난 20일)
- "너무나 자존심이 상해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했습니다. 제 말에 조금이라도 과장이 있고 허위가 있다면 제가 의원직을 사퇴하겠다."
그러나 서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언론에 밝힌 내용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라는 말은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정문헌 의원의 말도 '포기'라는 단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의원직을 걸겠다고 했으니, 야당이 가만 있을 리 없겠죠.
당장 두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공세를 폈습니다.
최고 중진회의에서 한 김무성 의원의 발언도 남경필 의원이 '대화록 공개'를 문제로 삼자 불쑥 튀어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말 한마디 때문에 정치인생이 왔다갔다하는 셈입니다.
일종의 '자살골 발언'이 난무하자 당 지도부는 말조심 경계령을 내렸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 언행을 무겁게 하고 여야 상호 존중 정신으로 선진정치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불필요한 언행으로 본질은 흐려지고 부차적인 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지 않도록 신중한 언행을 당부드립니다."
지금 여야 정치권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입니다.
새누리당은 대화록 공개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7거지악이 드러났다며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국회 청문회 개최와 함께 남재준 국정원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날 선 대립이 이어질 때 의원들의 말 한 마디, 문자 메시지 하나가 미치는 파문은 엄청납니다.
단순 해프닝이 상황에 따라서는 국면을 뒤바꿔놓는 태풍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일은 또 국면이 어떻게 바뀔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하나는 휴대전화 문자 조심, 또 하나는 말조심입니다.
NLL 논란으로 여야가 사생결단하듯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휴대전화 문자 하나와 말 한마디로 정국 주도권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국회 본회의 도중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김무성 의원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입니다.
'어제 대표님 발언을 유출한 사람은 김재원, 확인해준 사람은 서병수, 이혜훈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공개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께 NLL 국조를 제안하자고 건의 드릴 예정입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최경환 원내대표의 측근인 당직자로 알려졌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 발언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바로 이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뷰스앤뉴스 보도)
-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 그 원문을 보고 우리 내부에서도 회의를 해봤지만, 우리가 먼저 까면 모양새도 안 좋고 해서 원세훈(당시 국정원장)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원세훈이 협조를 안 해줘 가지고 결국 공개를 못 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대선 당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3시쯤 부산 유세에서 그 대화록을 많은 사람 앞에서 울부짖듯 쭉 읽었다."
김무성 의원은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대화록도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메라에 찍힌 문자메시지는 김 의원을 더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김 의원이 발언 색출자를 찾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낳을 만했습니다.
발언 유출자로 거론된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김무성 의원에게 억울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것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형님 김재원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뵈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먼저 문자메시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최고중진회의에서 형님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발설자로 제가 의심받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
김재원 본부장은 직접 본회의장으로 김무성 의원을 찾아가 얘기를 나누는 장면도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일종의 해프닝이지만, 그만큼 지금 시국이 민감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말조심' 경계령도 떨어졌습니다.
대선 전 뜨거운 쟁점이었다가 대선이 끝난 뒤 묻혔던 'NLL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건 다름 아닌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었습니다.
그것도 작정하고 한 게 아니고, 어쩌면 말실수였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민주당 의원(지난 17일)
- "국정원으로부터의 제보는 국정원에 (NLL 대화록 공개의)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으로 여권을 공격하던 도중 툭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수세에 몰리던 여권은 옳거니 하면서 대화록 공개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대화록과 발체본을 본 서상기 정보위원장과 몇몇 여당 의원들은 민감한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기자회견도 자청했습니다.
▶ 인터뷰 : 서상기 / 새누리당 의원(지난 20일)
- "너무나 자존심이 상해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했습니다. 제 말에 조금이라도 과장이 있고 허위가 있다면 제가 의원직을 사퇴하겠다."
그러나 서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언론에 밝힌 내용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라는 말은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정문헌 의원의 말도 '포기'라는 단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의원직을 걸겠다고 했으니, 야당이 가만 있을 리 없겠죠.
당장 두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공세를 폈습니다.
최고 중진회의에서 한 김무성 의원의 발언도 남경필 의원이 '대화록 공개'를 문제로 삼자 불쑥 튀어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말 한마디 때문에 정치인생이 왔다갔다하는 셈입니다.
일종의 '자살골 발언'이 난무하자 당 지도부는 말조심 경계령을 내렸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 언행을 무겁게 하고 여야 상호 존중 정신으로 선진정치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불필요한 언행으로 본질은 흐려지고 부차적인 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지 않도록 신중한 언행을 당부드립니다."
지금 여야 정치권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입니다.
새누리당은 대화록 공개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7거지악이 드러났다며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국회 청문회 개최와 함께 남재준 국정원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날 선 대립이 이어질 때 의원들의 말 한 마디, 문자 메시지 하나가 미치는 파문은 엄청납니다.
단순 해프닝이 상황에 따라서는 국면을 뒤바꿔놓는 태풍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일은 또 국면이 어떻게 바뀔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