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오늘부터 단일화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보름간의 룰 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애초 안 후보 쪽은 '새 정치 공동선언'이 마무리하고 나서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려 했지만, 정당개혁안을 놓고 진통이 계속되면서 새 정치 공동선언이 늦어지자 전략을 바꾼 셈입니다.
시간 끌기를 통해 안 후보 쪽이 유리한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걸까요?
그런데 양 캠프의 분위기가 조금은 다른 것 같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12일)
-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도 유리하다 불리하다 이런 계산도 하지 마시고, 오랫동안 저는 정치 하지 않았지만, 정치에서 계산은 절대 맞는 적이 없습니다. 그냥 통 크게 국민 보고 나가면 좋은 성과 있을 것이다. 어디 글에서 본 이야기인데 음식 많이 담을 수 있는 그릇은 큰 그릇이 아니라 빈 그릇입니다. 마음 비우고 임하면 단 일화도 더 순리대로 되고 우리도 더 좋은 성과 거두게 될 거로 생각합니다."
'통 크게 가라', '마음을 비워라'.
문재인 후보의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철수 후보 쪽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다 들어줄 수 있다는 뜻일까요?
혹 그렇게 했을 때 단일 후보 경쟁에서 질 수도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후보직을 양보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문 후보의 이 말은 안 후보 쪽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어제 발표된 MBN 여론조사를 잠깐 보겠습니다.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에서는 46.8% 대 46.6%로 거의 똑같았습니다.
박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45.5% 대 47.3%로 안 후보가 오차 안의 범위에서 앞섰습니다.
이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야권 단일 후보 지지율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47.3%, 안 후보가 33.8%로 문 후보가 크게 앞섰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지지 여부'를 물었고, 이번 조사에서는 '적합도'를 물었는데도 두 번 모두 문재인 후보가 크게 앞섰습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고려해도 문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집니다.
또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후보 단일화 방식은 여론조사가 15.5%, 여론조사와 국민경선이 49.9%, 후보 간 담판이 24.6%로 나타났습니다.
안 후보 쪽이 선호하는 여론조사 방식보다는 문 후보 쪽이 선호하는 국민경선이 가미된 여론조사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여론조사 방식도 호의적인 상황이라면, 문 후보로서는 통 크게 가자고 큰 소리 칠만 하지 않을까요?
어떤 식으로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걸까요?
그렇다고 안 후보 쪽이 맥없이 물러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1월11일)
-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한 뒤 모든 국민의 뜻과 의지를 모으겠습니다. 단일화는 정치혁신의 과제입니다. 먼저 기득권 정치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는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반성의 토대 위에 있어야 합니다.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줘야 합니다. 단일화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단일화는 정치 혁신의 과제이다', '단일화는 과정이 중요하다'
정치 혁신은 안 후보가 강점을 가진 게 사실입니다.
민주통합당을 안고 가는 문재인 후보는 어쨌든 기득권 정치라는 비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 후보의 약점을 아는 안 후보로서는 단일화는 곧 정치혁신이라는 등치 식을 통해 정치혁신을 잘할 것 같은 후보가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결국, 단일 후보는 정치혁신을 잘할 것 같은 자신이 돼야 한다는 것을 안 후보가 강조하고 있는 걸까요?
안 후보 쪽에서는 단일화 효과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를 다시 보겠습니다.
문재인 지지자를 대상으로 안철수로 단일화돼도 안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71.2%,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26.8%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안철수 지지자를 대상으로 문재인으로 단일화돼도 문 후보를 지지 하겠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63.8%,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1.7%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문재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을 때는 안철수 지지층의 이탈이 더 크다는 얘기입니다.
후보 단일화 시 지지층 이탈 정도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단일화 효과 면을 봤을 때는 안 후보가 유리한 셈입니다.
양쪽이 벌이는 룰 전쟁은 이 부분에서 승패가 갈릴 것 같습니다.
문 후보는 '적합도'를, 안 후보는 '박 후보와 경쟁력'을 내세울 게 당연합니다.
혹 실무 협상이 교착에 빠진다면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직접 만나 담판으로 룰을 정할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이 담판을 벌인다면 누가 양보할까요?
'통 크게 가자'고 한 문 후보일까요? 아니면 '대통령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한 안 후보일까요?
여러분은 누가 양보할 것 같은가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보름간의 룰 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애초 안 후보 쪽은 '새 정치 공동선언'이 마무리하고 나서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려 했지만, 정당개혁안을 놓고 진통이 계속되면서 새 정치 공동선언이 늦어지자 전략을 바꾼 셈입니다.
시간 끌기를 통해 안 후보 쪽이 유리한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걸까요?
그런데 양 캠프의 분위기가 조금은 다른 것 같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12일)
-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도 유리하다 불리하다 이런 계산도 하지 마시고, 오랫동안 저는 정치 하지 않았지만, 정치에서 계산은 절대 맞는 적이 없습니다. 그냥 통 크게 국민 보고 나가면 좋은 성과 있을 것이다. 어디 글에서 본 이야기인데 음식 많이 담을 수 있는 그릇은 큰 그릇이 아니라 빈 그릇입니다. 마음 비우고 임하면 단 일화도 더 순리대로 되고 우리도 더 좋은 성과 거두게 될 거로 생각합니다."
'통 크게 가라', '마음을 비워라'.
문재인 후보의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철수 후보 쪽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다 들어줄 수 있다는 뜻일까요?
혹 그렇게 했을 때 단일 후보 경쟁에서 질 수도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후보직을 양보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문 후보의 이 말은 안 후보 쪽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어제 발표된 MBN 여론조사를 잠깐 보겠습니다.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에서는 46.8% 대 46.6%로 거의 똑같았습니다.
박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45.5% 대 47.3%로 안 후보가 오차 안의 범위에서 앞섰습니다.
이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야권 단일 후보 지지율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47.3%, 안 후보가 33.8%로 문 후보가 크게 앞섰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지지 여부'를 물었고, 이번 조사에서는 '적합도'를 물었는데도 두 번 모두 문재인 후보가 크게 앞섰습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고려해도 문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집니다.
또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후보 단일화 방식은 여론조사가 15.5%, 여론조사와 국민경선이 49.9%, 후보 간 담판이 24.6%로 나타났습니다.
안 후보 쪽이 선호하는 여론조사 방식보다는 문 후보 쪽이 선호하는 국민경선이 가미된 여론조사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여론조사 방식도 호의적인 상황이라면, 문 후보로서는 통 크게 가자고 큰 소리 칠만 하지 않을까요?
어떤 식으로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걸까요?
그렇다고 안 후보 쪽이 맥없이 물러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1월11일)
-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한 뒤 모든 국민의 뜻과 의지를 모으겠습니다. 단일화는 정치혁신의 과제입니다. 먼저 기득권 정치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는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반성의 토대 위에 있어야 합니다.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줘야 합니다. 단일화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단일화는 정치 혁신의 과제이다', '단일화는 과정이 중요하다'
정치 혁신은 안 후보가 강점을 가진 게 사실입니다.
민주통합당을 안고 가는 문재인 후보는 어쨌든 기득권 정치라는 비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 후보의 약점을 아는 안 후보로서는 단일화는 곧 정치혁신이라는 등치 식을 통해 정치혁신을 잘할 것 같은 후보가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결국, 단일 후보는 정치혁신을 잘할 것 같은 자신이 돼야 한다는 것을 안 후보가 강조하고 있는 걸까요?
안 후보 쪽에서는 단일화 효과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를 다시 보겠습니다.
문재인 지지자를 대상으로 안철수로 단일화돼도 안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71.2%,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26.8%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안철수 지지자를 대상으로 문재인으로 단일화돼도 문 후보를 지지 하겠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63.8%,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1.7%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문재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을 때는 안철수 지지층의 이탈이 더 크다는 얘기입니다.
후보 단일화 시 지지층 이탈 정도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단일화 효과 면을 봤을 때는 안 후보가 유리한 셈입니다.
양쪽이 벌이는 룰 전쟁은 이 부분에서 승패가 갈릴 것 같습니다.
문 후보는 '적합도'를, 안 후보는 '박 후보와 경쟁력'을 내세울 게 당연합니다.
혹 실무 협상이 교착에 빠진다면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직접 만나 담판으로 룰을 정할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이 담판을 벌인다면 누가 양보할까요?
'통 크게 가자'고 한 문 후보일까요? 아니면 '대통령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한 안 후보일까요?
여러분은 누가 양보할 것 같은가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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