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고민이 마침내 끝난 모양입니다.
안 원장 쪽은 내일 오후 3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9월 서울 시장 선거에 나가겠다며 사실상 정치 아닌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지 꼭 1년 만에 그의 결심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선 출마를 할까요? 하지 않을까요?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출마 쪽에 배팅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안 원장은 왜 험악한 정치판에 나오려 하는 했을까요?
올해 3월 한 대학 강연에서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정치 쪽도 그런다. 보수진보 심하게 싸운다. 과거집착하는 거 필요 없다…미래를 이야기하고 화합소통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냥 싸우기만 한다."
안철수 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공동체'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들과 싸우기만 하는 정치권,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지금의 경제시스템을 구체제라고 규정지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인들은 구체제에 갇혀 새로운 공동체 가치를 실현시킬 만한 능력이 없다
고 판단한 듯합니다.
바람직한 대통령상도 바로 이러한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안 원장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3월27일)
- "사회 갈등을 풀고, 일자리 만들고 빈부격차해소하고 계층 이동하도록 하는 게 필요한데 이런 능력 없이 정권 잡으면 일반국민은 누가 정권 잡는지 관심 없다. 문제 풀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대통령)에 올라가야지 승리에만 집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면 바람직한 대통령 후보는 누구일까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일까요? 아니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일까요?
아마도 안 원장이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을 보면 두분 다 아닌 것 같습니다.
바로 안 원장 자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안 원장의 고심이 컸던 것은 자신이 이런 바람직한 대통령상에 부합하는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자신의 존재 그 자체로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에 자극을 주는 소극적 역할에 머물고자 했는지도 모릅니다.
안 원장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3월27일0
- "제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제가 머물러온 이 자리에서 양쪽을 끊임없이 자극해서 쇄신하게 하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정치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동안 긴장했던 정치한 분들이 다시 옛날로 돌아갈 거지 않느냐. 만약 하겠다고 하면 서로 공격의 대상이지 긍정적 역할은 못하는 거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 역할은 지난 총선에서 야권이 사실상 패배하면서 바뀌었습니다.
안 원장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 나온 귀절입니다.
'4ㆍ11 총선 전에는 야권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되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권의 총선 패배 후 안 원장에 대한 지지자들의 열망은 더 커졌고, 안 원장 역시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걸까요?
그러나 안 원장은 여전히 대선 출마를 하는 것에 확신이 서질 않았던 모양입니다.
전국을 돌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말을 던졌습니다.
'목표가 대통령이 아니며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일조하고 싶다'
'한 번도 스스로 대선에 나가겠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호출을 당한 케이스이다'
안 원장은 그동안 수차례 대선 출마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 했습니다.
안 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원장
- "제가 뭘 얻을 지가 궁금한게 아니라 내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까를 갖고 결정.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해하시는 분들은 욕심이 갈 꺼야 라고 생각하실텐데. 정말로 저는 제 말은 해석이 필요없어요. 투명하게 말씀하시는 거고 해석하시려다 보니 복잡해지셔서 스텝이 꼬이는 거지. 제 판단 기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요 몇 개월 사이에 제가 50년 살아왔던 것이 바뀌겠어요? 제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저한테 주어지는 것이라는 건 변함없습니다."
지금의 정치인들이 잘했으면, 특히 민주통합당이 잘했으면 자신에게 대선 출마라는 역할이 주어질 리 없었다고 말하는 걸까요?
안 원장은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로는 박근혜 후보를 꺾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결국, 자신과 문재인 후보가 힘을 합쳐야만 박근혜 후보를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치공학적인 계산은 안철수 원장에게 역설을 가져올 수 밖에 없습니다.
승리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가치를 우선시 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했는데, 문재인 후보와 손을 잡는 그의 모습이 대선 승리에만 집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문재인 후보가 자신이 말한 공동체 가치를 잘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고 인정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안 원장이 과거 한 말을 다시 되새겨 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3월27일)
- "만약 정치에 참여한다면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공동체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쪽으로 하지, 진영 논리에 휩싸여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판단은 지금까지 해온 행보와 안 맞는 것이다."
안 원장의 말만 들어보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없었던 안 원장을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금의 정치권입니다.
그리고 그 정치권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그래서 자신에게 대선출마라는 역할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목표는 아니었지만, 그런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결심을 한 이상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확신을 한 모양입니다.
운명은 이렇게 안 원장 자신의 뜻과는 관계없이 안 원장을 대선으로 이끄는 걸까요?
그런데 혹시 안 원장이 원래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고, 대통령직에 욕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이 모든 것이 잘 짜여진 연출은 아니었을까요?
누군가의 정치적 행위를 항상 순수하게만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과거 60년 동안 정치권으로부터 배운 나쁜 학습 효과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나쁘지만, 이미 길들여졌으니 그리 보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안철수 원장도 이해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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