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대선이 꼭 100일 남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여야 간 대선 후보가 확정돼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을 법한데, 올해는 유난히 지루한 예비 레이스만 펼쳐지는 듯합니다.
여권의 대선 후보는 정해졌는데, 야권의 대선후보가 아직도 오리무중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대선이 양자구도로 갈지, 아니면 3자 구도로 갈지도 불투명합니다.
MBN 매일경제가 지난 7~8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자 대결 시 지지율은 박근혜 후보가 43.7%, 안철수 원장 30.6%, 문재인 후보 18.9%로 나타났습니다.
3자 대결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절대적으로 우세합니다.
양자대결을 볼까요?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 대결은 48.4% 대 46.7%,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대결은 50.2% 대 43.6%로 나타났습니다.
양자대결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모두 앞섭니다.
어제 한 야구단을 방문한 박근혜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
- "이렇게 노력하면 다시 재기할 수 있구나 어려움을…. 여러분 모두 그 꿈을 이루어서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이 말은 5년 전 대선의 꿈을 접어야 했던 실패를 이겨내고, 지금 대선 후보 자리에 선 자신 스스로에게도 한 말은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51%까지 도달하기 위한 4~5% 포인트의 지지율이 더 필요합니다.
이 지지율을 가져오려고 최근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지만, 5.16과 유신에 대한 사과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박 후보는 오늘도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유신에 대해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렇게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했다'면서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박 후보에게 더는 진전된 발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 후보가 역사 인식과 관련해 나름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해도, 그래서 지지율 상승이 한계에 봉착한다 해도 급한 것은 오히려 야권입니다.
현재 대선 승리에 가장 근접한 후보가 박근혜 후보라는 것을 야권의 전략가들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권으로서는 '후보 단일화' 말고는 정권교체를 할 방법이 없다는 뜻일까요?
MBN 매일경제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누구를 지지할지를 물어봤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42%, 문재인 후보가 38.9%였습니다.
격차가 불과 2%포인트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역선택의 함정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 문 후보를 선택한 비율은 49.6%로 안 원장을 선택한 25.4%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또 50대 이상에서 문 후보를 고른 유권자는 45.9%나 되지만 안 원장은 27.1%에 그쳤습니다.
다시 말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희망하는 새누리당 지지층은 야권 단일후보로 안철수 원장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문재인 후보가 나와주길 바라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재인 후보나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안 원장과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히려 기분 나쁠 법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 쪽은 이런 여론조사에 개의치 않은 듯, 경선에서 거침없는 10연승을 달리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분수령이었던 광주 전남 경선에서 압승한 데 이어, 세종 대전 충남 경선에서는 누적 득표율 50%를 다시 넘었습니다.
호남 경선에서 승리했던 문재인 후보의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
- "광주 전남 시민들께서 섭섭한 점도 많이 있었을 텐데 다 털어내시고, 저를 민주당 후보로서 정통성을 부여해주셨습니다. 제게 날개를 달아주신 셈입니다. 남은 경선에서도 이 분위기 잘 살려나가서 좋은 성적 거두고,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꼭 이뤄내서 광주 전남 시민의 기대에 꼭 부응하겠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16일 서울 경선에서 사실상 경선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후보로서는 1차 경선에서 끝내야만 '자신을 미심쩍어하는' 야권 지지층과 중도 유권자들을 끌어와 안철수 원장과 후보 단일화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일단 다자대결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습니다.
지난주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안철수 불출마 종용' 파문에 대해 새누리당 쪽 잘못이라는 응답이 57%, 안철수 쪽 과잉대응이 잘못이라는 응답이 22,7%로 나타났습니다.
안철수 쪽은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폭로' 자체가 '안철수 스타일'에 대한 실망도 가져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오늘 한 라디오에서 '친구끼리 한 얘기를 침소봉대하는 것도 구태정치'라고 역공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인 듯싶습니다.
안 원장의 적극적인 공세 전환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안 원장 쪽은 사실상 출마로 가닥을 잡고 실무단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안 원장이 그동안 쌓은 인맥과 자문을 구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홍보와 정보기술,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실무팀이 꾸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출마 선언은 민주당 경선이 끝나는 16일 이후, 늦어도 추석 전에는 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 원장이 끝내 어떤 결정을 할지는 당사자인 안 원장조차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지난 4월 한 대학 강연에서 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정말로 저는 제 말은 해석이 필요 없어요. 투명하게 말씀하시는 거고 해석하시려다 보니 복잡해지셔서 스텝이 꼬이는 거지. 제 판단 기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요 몇 개월 사이에 제가 50년 살아왔던 것이 바뀌겠어요? 제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저한테 주어지는 것이라는 건 변함없습니다."
대선은 이제 꼭 100일 남았습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모두 저마다 장점이 있고, 저마다 약점이 있습니다.
이 장점과 약점이 맞물리면서 각 후보는 이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게 될 것입니다.
조그만 실수도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살얼음판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M (월~금, 오후3~5시)
예전 같았으면, 여야 간 대선 후보가 확정돼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을 법한데, 올해는 유난히 지루한 예비 레이스만 펼쳐지는 듯합니다.
여권의 대선 후보는 정해졌는데, 야권의 대선후보가 아직도 오리무중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대선이 양자구도로 갈지, 아니면 3자 구도로 갈지도 불투명합니다.
MBN 매일경제가 지난 7~8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자 대결 시 지지율은 박근혜 후보가 43.7%, 안철수 원장 30.6%, 문재인 후보 18.9%로 나타났습니다.
3자 대결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절대적으로 우세합니다.
양자대결을 볼까요?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 대결은 48.4% 대 46.7%,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대결은 50.2% 대 43.6%로 나타났습니다.
양자대결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모두 앞섭니다.
어제 한 야구단을 방문한 박근혜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
- "이렇게 노력하면 다시 재기할 수 있구나 어려움을…. 여러분 모두 그 꿈을 이루어서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이 말은 5년 전 대선의 꿈을 접어야 했던 실패를 이겨내고, 지금 대선 후보 자리에 선 자신 스스로에게도 한 말은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51%까지 도달하기 위한 4~5% 포인트의 지지율이 더 필요합니다.
이 지지율을 가져오려고 최근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지만, 5.16과 유신에 대한 사과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박 후보는 오늘도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유신에 대해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렇게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했다'면서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박 후보에게 더는 진전된 발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 후보가 역사 인식과 관련해 나름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해도, 그래서 지지율 상승이 한계에 봉착한다 해도 급한 것은 오히려 야권입니다.
현재 대선 승리에 가장 근접한 후보가 박근혜 후보라는 것을 야권의 전략가들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권으로서는 '후보 단일화' 말고는 정권교체를 할 방법이 없다는 뜻일까요?
MBN 매일경제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누구를 지지할지를 물어봤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42%, 문재인 후보가 38.9%였습니다.
격차가 불과 2%포인트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역선택의 함정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 문 후보를 선택한 비율은 49.6%로 안 원장을 선택한 25.4%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또 50대 이상에서 문 후보를 고른 유권자는 45.9%나 되지만 안 원장은 27.1%에 그쳤습니다.
다시 말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희망하는 새누리당 지지층은 야권 단일후보로 안철수 원장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문재인 후보가 나와주길 바라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재인 후보나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안 원장과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히려 기분 나쁠 법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 쪽은 이런 여론조사에 개의치 않은 듯, 경선에서 거침없는 10연승을 달리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분수령이었던 광주 전남 경선에서 압승한 데 이어, 세종 대전 충남 경선에서는 누적 득표율 50%를 다시 넘었습니다.
호남 경선에서 승리했던 문재인 후보의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
- "광주 전남 시민들께서 섭섭한 점도 많이 있었을 텐데 다 털어내시고, 저를 민주당 후보로서 정통성을 부여해주셨습니다. 제게 날개를 달아주신 셈입니다. 남은 경선에서도 이 분위기 잘 살려나가서 좋은 성적 거두고,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꼭 이뤄내서 광주 전남 시민의 기대에 꼭 부응하겠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16일 서울 경선에서 사실상 경선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후보로서는 1차 경선에서 끝내야만 '자신을 미심쩍어하는' 야권 지지층과 중도 유권자들을 끌어와 안철수 원장과 후보 단일화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일단 다자대결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습니다.
지난주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안철수 불출마 종용' 파문에 대해 새누리당 쪽 잘못이라는 응답이 57%, 안철수 쪽 과잉대응이 잘못이라는 응답이 22,7%로 나타났습니다.
안철수 쪽은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폭로' 자체가 '안철수 스타일'에 대한 실망도 가져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오늘 한 라디오에서 '친구끼리 한 얘기를 침소봉대하는 것도 구태정치'라고 역공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인 듯싶습니다.
안 원장의 적극적인 공세 전환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안 원장 쪽은 사실상 출마로 가닥을 잡고 실무단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안 원장이 그동안 쌓은 인맥과 자문을 구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홍보와 정보기술,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실무팀이 꾸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출마 선언은 민주당 경선이 끝나는 16일 이후, 늦어도 추석 전에는 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 원장이 끝내 어떤 결정을 할지는 당사자인 안 원장조차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지난 4월 한 대학 강연에서 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정말로 저는 제 말은 해석이 필요 없어요. 투명하게 말씀하시는 거고 해석하시려다 보니 복잡해지셔서 스텝이 꼬이는 거지. 제 판단 기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요 몇 개월 사이에 제가 50년 살아왔던 것이 바뀌겠어요? 제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저한테 주어지는 것이라는 건 변함없습니다."
대선은 이제 꼭 100일 남았습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모두 저마다 장점이 있고, 저마다 약점이 있습니다.
이 장점과 약점이 맞물리면서 각 후보는 이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게 될 것입니다.
조그만 실수도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살얼음판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M (월~금, 오후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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