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새누리당은 박근혜 당인가? 아닌가?

박심은 있을까요? 없을까요?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그 이후 처리과정을 보면서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분입니다.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열린 새누리당 긴급 의원총회에 앞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의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 "정두언 의원은 평소에 쇄신을 굉장히 강조해온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해 법 논리를 따지거나 국회에서 부결 여부를 넘어 평소 신념답게 앞장서 당당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정 의원이 평소 강조해온 쇄신 정신하고 맞는다고 본다.이한구 원내대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통감한다. 그러나 임시국회 끝날때까지 있어야 한다. 그것도 국민과 약속이다."

“정두언 의원 스스로 책임져라”

“이한구 원내대표는 임시국회 끝날 때까지 사퇴하지 말고 국회 일을 마무리져라“

이 말을 남기고 박근혜 전 위원장은 의원총회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의원 총회는 박 전 위원장의 말과 똑같이 그렇게 결론을 내고 끝났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사퇴를 철회하고 다시 복귀했고, 정두언 의원에 대해서는 책임지라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오늘 이한구 원내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늘)
- "동료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약속한 말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다며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그 후 여러 상황 변화 생기면서 당의 이름으로 다시 복귀하게 됐다. 부득이하게 가 했던 말을 그대로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를 드린다.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며 살아왔지만 나도 조직 일원이라 당의 명령을 계속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게 이한구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사람들은 당의 명령이 아니고, 박근혜 전 위원장의 명령이었을 것이라고 수근댑니다.

당의 명령이라고 한다면, 이한구 원내대표는 당의 의견도 묻지 않고 섣부르게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는 말이 됩니다.

이한구 의원 스스로 가벼운 처신을 한 것일까요?

의원 총회 전까지만 해도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 의지가 강했고, 사퇴를 반려하면 꼼수로 비출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아 사퇴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총 전 박 전 위원장의 말이 있자 분위기가 바뀌었고, 사퇴를 완강하게 고집하던 이한구 원내대표도 마음을 바꿨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물러날 경우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선길까지 감안해 짜놓은 당 체제가 무너져 대권가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일까요?

어쨌든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새누리당 의원 149명은 허수아비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두언 의원의 체포 동의안 처리를 반대한 남경필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남경필 / 새누리당 의원
- "당 지도부가 정 의원에게 출당을 요구한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라는 것으로 전체주의적 발상. 눈앞의 선거에서 국민에게 덜 야단맞기 위해 사법부의 판단도 나지 않은 동료 의원을 출당시켜서는 안 된다. 당내 민주주의 현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새누리당이 특정 대선 후보의 뜻대로 움직인다면 공당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다"

새누리당이 벌써부터 박근혜 전 위원장 뜻대로 움직인다는 겁니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과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박근혜 전 위원장을 비판했습니다.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임태희 / 전 대통령실장
- "공식 기구의 논의보다 한 사람의 의견을 우선해 당의 갈 길을 정하는 게 사당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임태희 전 실장은 또 박근혜 전 위원장의 동생인 박지만 저축은행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동생이 아니라고 했으니 그걸로 끝이라고 말하고서는 정두언 의원에 대해서는 스스로 의혹을 밝히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원칙이 없다는 겁니다.

이런 당 안팎의 사당화와 말바꾸기 논란에 대해 박근혜 전 위원장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 "당연히 국민께 사과드리고 바로잡아야 하는데 이것을 사당화라고 하면 문제의 본빌을 비껴가는 일이다. 당에서도 잘못됐다고 깨닫고 당연히 국민께 사과드려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고, 저와 모든 의원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해서 내린 결정이다. 나도 이것으로 개인적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당화와 맞지 않다"

당 지도부도 사당화 논란에 펄쩍 뛰고 있습니다.

정우택 최고위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우택 / 새누리당 최고위원
- "당이 특정인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사당화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누워서 헐뜯는 소리, 입맞에 맞지 않는다고 언론에 함부로 하는 소리는 진중하게 해달라"

어쨌든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정치적 타격보다는, 그 이후 처리과정에 보여준 사당화 논란이 더 큰 정치적 타격을 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5.16 논란도 마찬가지일 듯 싶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오늘 5.16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 "그 당시로 돌아갔을 때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세계에서 끝에서 2번째로 힘들게 살았다. 안보가 굉장히 위험한 위기 상황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로선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 그 후에 나라 발전을 돌아볼 때 5.16이 오늘의 한국 초석을 만들었다. 바른 판단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보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바른 판단이었다.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

이로써 5.16에 대한 논란은 끝나는 걸까요?

박 전 위원장과 경쟁하고 있는 다른 대선주자들 외에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5.16에 대해 박 전 위원장과 다른 생각을 말하거나 비판할 의원이 있을까요?

새누리당 지도부가 친박계로 짜여질 때부터 사당화 논란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 논란을 끝낼 사람도, 그리고 그 논란을 계속 이어갈 사람도 박근혜 전 위원장입니다.

권력이 커지면, 해바라기처럼 모든 것이 그 권력을 쳐다보기 마련이겠죠.

그 권력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