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과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진 듯합니다.
이제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이분법적 잣대로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대신 '보수 꼴통' '좌파 꼴통' '수구 좌파' '진보 우파' 등의 새로운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지켜보며 사람들은 국민과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조직 논리만 내세워 버티기를 하는 구당권파를 '좌파 꼴통' '수구 좌파'라 말합니다.
이념적 정책적으로 보면 좌파이긴 한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면 수구보다 더 수구 같고, 더 심하게 표현하면 '꼴통'이라는 겁니다.
흔히 '꼴통'은 '보수'에 따라붙던 말인데, 이제는 '좌파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셈입니다.
통합진보당 혁신 비대위는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비롯한 경선 후보들에게 오늘까지 비례대표를 사퇴해달라고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강기갑 혁신 비대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강기갑 / 통합진보당 혁신 비대위원장(5월24일)
- "국민께 공동지도부가 사퇴해서 절반도 못 갚는다 느꼈기에 사실 경선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이 빚을 함께 져달라고 이렇게 부탁을 드리고 호소를 드린 것입니다."
혁신 비대위는 이들이 끝내 사퇴를 거부하면 출당과 당 제명절차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구당권파는 요지부동입니다.
한 술 더 떠 이들은 강기갑 혁신 비대위원장이 활동을 못하게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습니다.
▶ 인터뷰 : 김미희 / 통합진보당 당원 비대위 대변인(5월24일)
- "혁신 비대위는 지금이라도 당 사수를 위한 전 당원의 단합과 단결에 앞장서길 바랍니다."
김재연 당선자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진실이 규명되고, 당과 당원의 명예가 회복되기 전에는 사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선거 부정'이 드러난 상황에서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도대체 무엇이고,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것은 정말 누구일까요?
'좌파 꼴통'의 저 너머에는 '우파 꼴통'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당선인들을 국회 차원에서 제명하자고 민주통합당에 제안했습니다.
이른바 종북 주사파들을 국회에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한 이한구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5월24일)
- "헌법을 부정하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색깔론입니까? 색깔론이라는 게 어떤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멀쩡한 사람을 엉뚱하게 분류해서 몰아친다. 그러면 색깔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본인 스스로 헌법에 대해서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무슨 색깔론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그러나 정치평론가들은 새누리당의 이런 주장에 1950년대 미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매카시즘이 떠오른다고들 합니다.
미 의회 안에 있는 공산주의자들을 몰아내야 한다며 마녀사냥을 했던 그 모습 말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이념적 문제를 가지고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것은 안 된다며 반대 뜻을 밝혔습니다.
▶ 인터뷰 : 박용진 / 민주통합당 대변인
- "이번 기회에 도덕적인 문제가 있었던 새누리당의 의원들. 그리고 이미 탈당한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 등에 대해서도 동시에 같이 처리하는 방안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진보와 '좌파 꼴통', 보수와 '우파 꼴통'의 차이는 뭘까요?
그 경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느 한 쪽이든 도가 지나치면 '꼴통'으로 분류되는 세상인 듯합니다.
이런 극단적 편향성이 아닌 적절한 수준의 합도 있습니다.
새누리당 남경필, 정병국, 정두언, 김태호 의원은 지난 23일 '진보 우파'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습니다.
"지금의 통합진보당은 수구 좌파라 할 수 있고, 새누리당은 수구우파가 다수로 보인다. 어제 모인 4인은 진보 우파를 지향하는 모임, 즉 새누리 진보파다."
무슨 말일까요?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새누리당은 우파 정당인데 지금 새누리당에는 우파 가운데서도 수구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들은 이런 수구파를 견제하는 진보파가 되겠다는 겁니다.
수구우파는 누구일까요?
박근혜 전 위원장을 비롯한 친박계를 말하는 걸까요?
정 의원은 견제받고 비판받지 않는 권력은 위험하고 실패하기 십상이라며 지금 새누리당은 시대를 역행하는 퇴행적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비대위를 맡으면서 보수적 색채를 지우려 했지만, 정 의원 눈에는 차지 않는 듯합니다.
새누리당 내에서 보수적 색깔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통합진보당에서는 좌파적 색깔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구당권파로 인해 드러난 낡은 시대의 이념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북한 관점을 수정하겠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애국가 부르기'입니다.
통합진보당 내 구당권파는 애국가가 '국가주의'를 상징한다며 모든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국가'를 자본가, 그러니까 부르주아 집단의 이익을 실현하는 도구로 보기에 애국가를 부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지난 10일 유시민 전 대표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관행처럼 굳어졌던 애국가 부르지 않기는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통합진보당은 주한미군 철수 강령을 폐지하고, 북한 3대 세습이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 수준으로 강령과 정책을 바꿀 모양새입니다.
통합진보당 박원석 새로나가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원석 / 통합진보당 새로나가기 특위위원장
- "더는 국민 눈높이 안 맞는 폐쇄적 진보 버리고 대국민 소통 방향 제시하겠습니다."
통합진보당의 변화는 멀어진 국민 마음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을까요?
어쨌든 굳이 리영희 교수의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납니다.
철학자 헤겔의 변증법을 논하지 않더라도 세상사는 정이 있으면 반이 있기 마련이고, 그리고 그 둘이 합쳐져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마련입니다.
세상은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원치 않는 듯합니다.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신조어들이 쏟아지고, 이런저런 이념적 흐름이 있지만, 정치권 역시 어느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을 거부하는 세상사 진리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뉴스 m(월~금, 오후 3~5시)
이제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이분법적 잣대로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대신 '보수 꼴통' '좌파 꼴통' '수구 좌파' '진보 우파' 등의 새로운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지켜보며 사람들은 국민과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조직 논리만 내세워 버티기를 하는 구당권파를 '좌파 꼴통' '수구 좌파'라 말합니다.
이념적 정책적으로 보면 좌파이긴 한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면 수구보다 더 수구 같고, 더 심하게 표현하면 '꼴통'이라는 겁니다.
흔히 '꼴통'은 '보수'에 따라붙던 말인데, 이제는 '좌파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셈입니다.
통합진보당 혁신 비대위는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비롯한 경선 후보들에게 오늘까지 비례대표를 사퇴해달라고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강기갑 혁신 비대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강기갑 / 통합진보당 혁신 비대위원장(5월24일)
- "국민께 공동지도부가 사퇴해서 절반도 못 갚는다 느꼈기에 사실 경선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이 빚을 함께 져달라고 이렇게 부탁을 드리고 호소를 드린 것입니다."
혁신 비대위는 이들이 끝내 사퇴를 거부하면 출당과 당 제명절차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구당권파는 요지부동입니다.
한 술 더 떠 이들은 강기갑 혁신 비대위원장이 활동을 못하게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습니다.
▶ 인터뷰 : 김미희 / 통합진보당 당원 비대위 대변인(5월24일)
- "혁신 비대위는 지금이라도 당 사수를 위한 전 당원의 단합과 단결에 앞장서길 바랍니다."
김재연 당선자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진실이 규명되고, 당과 당원의 명예가 회복되기 전에는 사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선거 부정'이 드러난 상황에서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도대체 무엇이고,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것은 정말 누구일까요?
'좌파 꼴통'의 저 너머에는 '우파 꼴통'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당선인들을 국회 차원에서 제명하자고 민주통합당에 제안했습니다.
이른바 종북 주사파들을 국회에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한 이한구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5월24일)
- "헌법을 부정하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색깔론입니까? 색깔론이라는 게 어떤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멀쩡한 사람을 엉뚱하게 분류해서 몰아친다. 그러면 색깔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본인 스스로 헌법에 대해서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무슨 색깔론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그러나 정치평론가들은 새누리당의 이런 주장에 1950년대 미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매카시즘이 떠오른다고들 합니다.
미 의회 안에 있는 공산주의자들을 몰아내야 한다며 마녀사냥을 했던 그 모습 말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이념적 문제를 가지고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것은 안 된다며 반대 뜻을 밝혔습니다.
▶ 인터뷰 : 박용진 / 민주통합당 대변인
- "이번 기회에 도덕적인 문제가 있었던 새누리당의 의원들. 그리고 이미 탈당한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 등에 대해서도 동시에 같이 처리하는 방안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진보와 '좌파 꼴통', 보수와 '우파 꼴통'의 차이는 뭘까요?
그 경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느 한 쪽이든 도가 지나치면 '꼴통'으로 분류되는 세상인 듯합니다.
이런 극단적 편향성이 아닌 적절한 수준의 합도 있습니다.
새누리당 남경필, 정병국, 정두언, 김태호 의원은 지난 23일 '진보 우파'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습니다.
"지금의 통합진보당은 수구 좌파라 할 수 있고, 새누리당은 수구우파가 다수로 보인다. 어제 모인 4인은 진보 우파를 지향하는 모임, 즉 새누리 진보파다."
무슨 말일까요?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새누리당은 우파 정당인데 지금 새누리당에는 우파 가운데서도 수구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들은 이런 수구파를 견제하는 진보파가 되겠다는 겁니다.
수구우파는 누구일까요?
박근혜 전 위원장을 비롯한 친박계를 말하는 걸까요?
정 의원은 견제받고 비판받지 않는 권력은 위험하고 실패하기 십상이라며 지금 새누리당은 시대를 역행하는 퇴행적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비대위를 맡으면서 보수적 색채를 지우려 했지만, 정 의원 눈에는 차지 않는 듯합니다.
새누리당 내에서 보수적 색깔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통합진보당에서는 좌파적 색깔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구당권파로 인해 드러난 낡은 시대의 이념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북한 관점을 수정하겠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애국가 부르기'입니다.
통합진보당 내 구당권파는 애국가가 '국가주의'를 상징한다며 모든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국가'를 자본가, 그러니까 부르주아 집단의 이익을 실현하는 도구로 보기에 애국가를 부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지난 10일 유시민 전 대표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관행처럼 굳어졌던 애국가 부르지 않기는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통합진보당은 주한미군 철수 강령을 폐지하고, 북한 3대 세습이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 수준으로 강령과 정책을 바꿀 모양새입니다.
통합진보당 박원석 새로나가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원석 / 통합진보당 새로나가기 특위위원장
- "더는 국민 눈높이 안 맞는 폐쇄적 진보 버리고 대국민 소통 방향 제시하겠습니다."
통합진보당의 변화는 멀어진 국민 마음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을까요?
어쨌든 굳이 리영희 교수의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납니다.
철학자 헤겔의 변증법을 논하지 않더라도 세상사는 정이 있으면 반이 있기 마련이고, 그리고 그 둘이 합쳐져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마련입니다.
세상은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원치 않는 듯합니다.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신조어들이 쏟아지고, 이런저런 이념적 흐름이 있지만, 정치권 역시 어느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을 거부하는 세상사 진리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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