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소유권과 양육권
반려동물도 ‘자식’이다
반려동물도 ‘자식’이다
부부가 이혼하면 함께 살던 반려동물의 거취는 어떻게 결정될까? 남아메리카 콜롬비아 법원은 최근 내린 판결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바로 반려견을 ‘자식’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지난 11월9일, 콜롬비아 보고타고등법원은 이혼 부부 중 전 남편이 전 부인을 상대로 반려견인 ‘시모나(Simona)’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게 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전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 남편은 2021년 이혼하며 전 부인이 시모나를 데리고 간 뒤 만남을 막아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졌다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전 부인의 이런 행동으로 시모나 역시 자신을 보지 못해 감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면접 교섭권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시모나는 이혼 전까지 ‘다종 가족(multispecies)’의 구성원이었으며, 시모나는 부부의 법적인 딸로 간주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전 남편에게는 시모나를 만날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에서는 이혼 당사자들이 반려동물 양육권에 합의하지 못하면, 판사가 반려동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양육권자를 정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2021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지방법원이 이혼한 부부에게 개를 한 달씩 번갈아 돌보라는 양육권 분할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려동물을 두고 ‘양육권’이 아닌 ‘소유권’ 개념으로 접근한다. 반려인구가 크게 늘고 반려동물을 어엿한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일반적이지만, 법적 근거는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다. 2021년 3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법안이 처음으로 대표 발의된 뒤, 같은 해 12월에는 이혼과 관련한 동물 보호 책임에 관한 대표 발의안이 이어졌다. 이혼 시 보호자 결정, 양육비 부담 등에 관한 사항을 당사자가 협의해 정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이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법사위 상정에 그친 채 더 이상 진전이 없다. 지금도 민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인정되어, 이혼 시 ‘재산 분할 대상’이 된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는 기준을 적용해 ‘소유권’을 따지는 식이다. 가령 결혼 전부터 키웠던 반려인이, 결혼 뒤라면 직접 입양한 당사자가 반려동물을 소유할 수 있다. 이 밖에 양육비를 누가 부담했는지, 누구 명의로 등록이 되었는지 등도 고려해 소유권자를 가린다.
굳이 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이미 자식이 된 지 오래다. 먹고 자고 추위와 더위로부터 보호하는 기본 생존 돌봄부터,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안전과 생명을 지켜 주려 최선을 다한다.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서로 교감하고 마음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점은 반려동물이나 사람 자식이나 다를 바가 없다. 사실 소유권이나 양육권이나, 돌봄을 받아야 할 존재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보호자를 따져 정하는 기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물건’의 틀에서 벗어나 반려동물을 ‘살아 있고 느끼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중요하다. 돌봄의 책임과 의무를 더욱 중하게 여기고, 세상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밑바탕이 될 테니까.
한편, 2016년 캐나다에서는 이혼하면서 반려견 두 마리에 대한 양육권과 면접 교섭권을 요구한 부부에게 판사가 “개는 개일 뿐, 가족으로 볼 수 없다. 분쟁이 계속된다면 개를 팔아서 수익금을 나누는 방법밖에 없다”며 소송을 각하한 싸한 사례도 있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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