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매력, 결국에는 사랑인 거 같다. 사랑 없이 안 되는 것이 연극이다”
[MBN스타 김진선 기자] 인터뷰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냐는 질문에 “딱히 없다”라고 답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가 하면, 롤모델이 있냐는 물음에도 선뜻 답하지 못한다. “좋은 배우는 굉장히 많고, 배우고 싶은 분도 많다. 딱 꼬집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인터뷰 내내 모든 질문에 ‘열려 있는 생각’으로 일관했던 배우 홍의준. 그에게 연극은 ‘사랑’이었다.
홍의준은 ‘홍도’에서 홍도의 오빠 철수로 열연했다. 동생 홍도의 뒤에서 그를 묵묵하게 바라보며 감정선을 함께 타는 철수의 표정은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홍도의 앞길을 막기 위해 그의 뺨을 때리고 나서 “미안하다. 아프냐”라고 읊조린 장면이나, 시댁에서 쫓겨온 홍도를 채근하면서도 “왜 금년에는 부모님 제삿날에 오지 못했느냐. 혼자 쓸쓸하게 보내며 울기만 했다”라고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은 먹먹함을 자아냈다. 또 극의 마지막 부분, 광호에게 “감자 후라이, 백번 천번 씹어 속맛을 보라고 했거늘”이라고 오열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는 무대 위 에서 ‘혼자’가 아닌, 다른 배우들과 ‘함께’였다. 커튼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홍의준은 혼자 빛나려하지 않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비춰지길 바라는 ‘사랑에 빠진’모습이었다.
홍의준은 “연극은 사랑 없이는 안 되는 것 같다. 함께 하는 팀을 사랑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우리를 사랑스럽게 봐주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랑을 하면, 배우와 배우 간, 배우와 연출 간, 그리고 배우와 관객, 배우가 텍스트를 접할 때 태도가 달라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관심, 배려, 포용 등의 감정이 ‘연극’이라는 큰 바탕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말하는 연극의 매력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다는 아니다. 그는 “사실 작품을 하면서 모두가 한 마음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포기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서로의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심을 다하지 않아서 얘기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되더라. 그냥 말하는 것과 진심을 다해서 하는 것은 확연하게 다르다. 매번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을 다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홍도’는 관객들에게 상상할 기회를 제공하는 깨끗한 무대,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의상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화려한 음향효과와 무대 장치가 없이도,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작품이었다. 특히 배우들이 내뱉는 어투는 현대극과 달리 평조로 이루어져 신파극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이에 대해 홍의준은 “특별한 어조를 주지 않고 말하는 것, 화려한 것이 아닌 본질을 향해보자는 것이 의도였다. 연출의 말을 이해하긴 어렵지 않았는데 실행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하면서도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염려됐다”며, 이 과정에서 대사 속 ‘진심’을 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점인지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극 중 철수는 자신의 학업을 위해 기생길을 마다치 않은 동생 홍도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동생이 기생이라는 이유로, 동생을 등에 업고 광호의 도움을 받는다는 억울한 손가락질을 받고, 침은 맞고, 발길질에 치여도, 늘 동생 홍도 걱정일 뿐인 캐릭터가 철수다. 모진 역경을 딛고, 홍도가 광호와 결혼을 올리게 되자, 철수는 무릎을 꿇으며 “내 동생 잘 부탁하네”라는 짧고 깊은 말로 행복을 빌어줄 뿐이다. 뿐만 아니라, 홍도가 시댁식구 계략에 못 이겨 집으로 쫓겨왔을 때도, 함께 죽을 것처럼 하다가도 결국 동생을 보듬어주고 끝까지 믿어준다. 흔들리지 않고 꼿꼿한, 하지만 정감 있고 따뜻한 철수 캐릭터와 홍의준은 많이 닮아 있었다.
홍의준은 2010년 극단 마방진에 입단, ‘칼로막베스’로 첫 무대에 올랐다. 이어 ‘푸르른날에’ ‘고독청소부’ ‘목란언니’ ‘리어외전’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새카맣게 적어둔 기자의 수첩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어! ‘들소의 달’도 있다. 내년에 재공연 할 거 같다”고 반가움을 드러내더니, 작품 줄거리에 대해 줄줄이 읊는데 이어 자신이 들소로 나온다고 소개하며 웃어보였다.
홍의준은 모든 작품이 ‘베스트’라고 했다. ‘손꼽는 작품’에 대해 묻자 “모든 작품이 다 재밌었고, 베스트”라며 “굉장히 재밌게 했고, 행복하게 작업했던 작업들”이라고 말하며, 당시를 곱씹기도 했다. 특히 그는 “운 좋게도 좋은 작품을 계속 하게 된 거 같다”라고 말하며, 어린아이처럼 웃어 앞으로의 그에게 비칠 서광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트위터 @mkculture
디자인= 이주영
[MBN스타 김진선 기자] 인터뷰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냐는 질문에 “딱히 없다”라고 답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가 하면, 롤모델이 있냐는 물음에도 선뜻 답하지 못한다. “좋은 배우는 굉장히 많고, 배우고 싶은 분도 많다. 딱 꼬집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인터뷰 내내 모든 질문에 ‘열려 있는 생각’으로 일관했던 배우 홍의준. 그에게 연극은 ‘사랑’이었다.
홍의준은 ‘홍도’에서 홍도의 오빠 철수로 열연했다. 동생 홍도의 뒤에서 그를 묵묵하게 바라보며 감정선을 함께 타는 철수의 표정은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홍도의 앞길을 막기 위해 그의 뺨을 때리고 나서 “미안하다. 아프냐”라고 읊조린 장면이나, 시댁에서 쫓겨온 홍도를 채근하면서도 “왜 금년에는 부모님 제삿날에 오지 못했느냐. 혼자 쓸쓸하게 보내며 울기만 했다”라고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은 먹먹함을 자아냈다. 또 극의 마지막 부분, 광호에게 “감자 후라이, 백번 천번 씹어 속맛을 보라고 했거늘”이라고 오열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는 무대 위 에서 ‘혼자’가 아닌, 다른 배우들과 ‘함께’였다. 커튼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홍의준은 혼자 빛나려하지 않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비춰지길 바라는 ‘사랑에 빠진’모습이었다.
홍의준은 “연극은 사랑 없이는 안 되는 것 같다. 함께 하는 팀을 사랑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우리를 사랑스럽게 봐주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랑을 하면, 배우와 배우 간, 배우와 연출 간, 그리고 배우와 관객, 배우가 텍스트를 접할 때 태도가 달라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관심, 배려, 포용 등의 감정이 ‘연극’이라는 큰 바탕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말하는 연극의 매력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다는 아니다. 그는 “사실 작품을 하면서 모두가 한 마음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포기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서로의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심을 다하지 않아서 얘기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되더라. 그냥 말하는 것과 진심을 다해서 하는 것은 확연하게 다르다. 매번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을 다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에 대해 홍의준은 “특별한 어조를 주지 않고 말하는 것, 화려한 것이 아닌 본질을 향해보자는 것이 의도였다. 연출의 말을 이해하긴 어렵지 않았는데 실행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하면서도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염려됐다”며, 이 과정에서 대사 속 ‘진심’을 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점인지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극 중 철수는 자신의 학업을 위해 기생길을 마다치 않은 동생 홍도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동생이 기생이라는 이유로, 동생을 등에 업고 광호의 도움을 받는다는 억울한 손가락질을 받고, 침은 맞고, 발길질에 치여도, 늘 동생 홍도 걱정일 뿐인 캐릭터가 철수다. 모진 역경을 딛고, 홍도가 광호와 결혼을 올리게 되자, 철수는 무릎을 꿇으며 “내 동생 잘 부탁하네”라는 짧고 깊은 말로 행복을 빌어줄 뿐이다. 뿐만 아니라, 홍도가 시댁식구 계략에 못 이겨 집으로 쫓겨왔을 때도, 함께 죽을 것처럼 하다가도 결국 동생을 보듬어주고 끝까지 믿어준다. 흔들리지 않고 꼿꼿한, 하지만 정감 있고 따뜻한 철수 캐릭터와 홍의준은 많이 닮아 있었다.
홍의준은 모든 작품이 ‘베스트’라고 했다. ‘손꼽는 작품’에 대해 묻자 “모든 작품이 다 재밌었고, 베스트”라며 “굉장히 재밌게 했고, 행복하게 작업했던 작업들”이라고 말하며, 당시를 곱씹기도 했다. 특히 그는 “운 좋게도 좋은 작품을 계속 하게 된 거 같다”라고 말하며, 어린아이처럼 웃어 앞으로의 그에게 비칠 서광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트위터 @mkculture
디자인=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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