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갈등 부추겨" vs "독특한 해법"…엇갈린 평가
핀란드, 소득비례연금에 2017∼2025년 한시적으로 보험료율 차등 적용
핀란드, 소득비례연금에 2017∼2025년 한시적으로 보험료율 차등 적용
정부가 지난 4일 21년 만의 단일안을 담은 정부 차원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가운데 평가가 엇갈립니다. 세대 간 형평성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는 의견과 청년 세대의 불신을 해소해 수용도를 높일 수 있는 독특한 해법이라며 의견이 분분합니다.
정부가 공개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되, 세대 간 인상 속도를 달리 적용해 나이 든 세대일수록 빨리 올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이번 개혁안을 놓고 찬반 의견을 떠나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이라는 표현도 공통으로 따라붙습니다.
일부 언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공적연금 보험료를 올리면서 세대별로 인상 속도를 다르게 적용한 국가는 없다. 제도 도입 시 한국이 첫 번째 나라가 된다"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예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7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실(조국혁신당)에 제출한 '주요 국가 중 국민연금 세대별 차등 부과 도입 현황' 자료를 보면, 세대별 보험료를 차등해서 부과한 연금 선진국 사례로 핀란드를 꼽았습니다.
핀란드 공적 연금제도 다층모형 / 출처 = 연합뉴스
핀란드의 공적연금은 크게 소득비례연금(earnings-related pension)과 국민연금(national pension)으로 나뉩니다. 핀란드의 국민연금은 모든 핀란드 거주자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에 해당합니다. 16세 이후 핀란드에 최소 3년 이상 거주한 65세 이상 노인과 노동시장 참여가 불가능한 만 16세 이상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급됩니다.
소득비례연금은 한국의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노동 기간과 연금 기여분(보험료)에 비례해 급여액이 정해집니다. 강제가입을 원칙으로 하는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되기에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에 따르면 1991년 심각한 경기 위기에 빠졌던 핀란드는 재정적 지속가능성, 급여 적정성, 세대 간 형평성을 보장하고자 수십 년에 걸쳐 여러 차례 연금제도를 개편했습니다.
이를 통해 당시 이원화돼 있던 국민연금(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균등 부분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에서 균등 부분은 폐지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부분만 운영합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초까지 65세 이상 노인 93%에게 전액 지급하던 국민연금(한국의 기초연금)을 10년 뒤인 2000년대 초에는 45% 미만 노인에만 줍니다. 국민연금 전액을 받는 노인도 전체 노인의 8%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대다수 국민연금 수급자는 소득비례연금액에 따라 국민연금액 일부만을 받습니다. 즉, 소득비례연금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국민연금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을 유지하지만, 저소득층 노인 위주로 선택과 집중해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취약 노인에게는 2011년 도입한 최저보장연금(guarantee pensions)을 통해 국민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합한 금액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 최저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연금을 국가가 보충해서 지급해 줍니다.
2005년에는 고령화와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실에 맞게 자동조정장치인 기대여명계수를 도입해 매년 소득비례연금 액수산정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자동조정장치란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장치입니다.
예를 들어 기대 수명이 늘어나거나 연금의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출산율이 감소하거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경우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율(내는 돈)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낮추는 식입니다.
2017년에는 은퇴해서 소득비례연금을 받을 수 있는 퇴직연령을 기존 63세에서 2027년 이후 65세로 높이고, 연금 가입 나이를 18세에서 17세로 낮추면서 연금급여액 산정에 필요한 연금지급률(소득대체율 나누기 가입기간)을 모든 연령에 연 1.5%(40년 가입 기준 소득대체율 60%)로 고정했습니다.
개혁 전인 2016년까지 연금지급률은 18∼52세 1.5%, 53∼62세 1.9%, 63∼67세 4.5% 등으로 연령대별로 달랐습니다. 다만 기존 가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2017년 연금개혁 이후에도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전환기 동안 53∼62세 가입자에게는 1.7%의 연금적립률을 한시적으로 보장했습니다.
대신 이렇게 높은 연금지급률을 적용받는 53∼62세 연령대에는 다른 연령대보다 본인 부담 보험료율로 1.5%포인트 더 많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즉, 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연령대별로 보험료율을 차등 인상한 셈입니다.
핀란드 민간 산업부문의 직역별 소득비례연금 보험료율은 2022년 기준 24.85%(정부 지원 포함하면 28% 이상)로, 퇴직(연)금이 없는 대신 고용주가 보험료의 3분의 2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연령대별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본인 기여율은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53∼62세는 8.65%로, 다른 연령대(53세 미만 및 63세 이상) 7.15%보다 1.5%포인트 높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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