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시작되기 전 부동산 시장은 신생아 특례대출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에 힘입어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증가했던 것처럼, 위축된 시장을 반전시킬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거죠.
신생아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안에 출산한 무주택 또는 1주택 가구(대환대출)를 대상으로 전용면적 85㎡(읍·면 100㎡) 이하 9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5억 원을 대출해주는 상품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금리로, 구입 자금의 경우 1.6~3.3% 금리가 적용됩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아무리 잘 받아도 3%대 후반 금리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입니다. 전세자금 대출금리도 1.1~3% 수준으로 낮습니다. 다른 정책모기지에 비해 문턱도 낮아 부부합산 연 소득 기준이 1억3000만 원 아래면 대출 대상이 됩니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 출처:주택도시기금 홈페이지
신생아 특례대출이 열리자마자 역시 신청은 쏟아졌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출시 후 이번 달 4일까지 일주일 동안 총 2조4,765억 원, 9,631건의 신청이 접수됐다고 합니다. 디딤돌 대출(구입자금) 2조945억 원(7,588건), 버팀목 대출(전세자금) 3,820억 원(2,043건)으로, 일주일 신청액이 올해 신생아특례대출 공급 규모인 32조 원의 8%에 달합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상반기 안에 연간 목표치를 채울 수 있다며, 신생아특례대출 조기소진론도 나옵니다.
대출 신청이 일주일 만에 7천 건을 넘을 정도인데 부동산 시장도 작년처럼 꿈틀대는 게 정상이겠죠? 그런데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 고금리에 지친 1주택자들의 대환대출이 대부분이고, 신규 주택구입으로 인한 대출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규 주택 구입 용도는 1,519건, 4,884억 원으로 대출신청 금액 기준 전체의 19.7%에 그쳤습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예상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서울에서도 9억 원 이하 중저가 대상주택이 몰려 있는 노도강(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지역의 아파트가격은 하락폭이 올들어 다시 커지고 시장 전반적으로도 관망세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기온이 올라가는 날이 늘면서 봄은 조금씩 다가오는데,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입니다.
뛰어버린 물가에 가계 씀씀이가 줄어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시장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신생아 특례대출을 통해 신규 주택을 매수하려는 움직임도 아직까지는 크지 않다고 부동산중개업소들은 하소연합니다.
하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들이 계속 갈아타기만 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4월 총선으로 정치권의 방향이 잡히고, 금리 인하의 흐름이 시작되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례대출 카드를 써 볼까 고민하는 수요자라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한도 소진 전 타이밍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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