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한참 전, 철도 매니아들의 가장 큰 관심은 서울 3기 지하철 사업이 언제 재개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시가 1993년 3기 지하철 건설계획을 발표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9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10, 11, 12호선이 백지화됐기 때문입니다. 10호선부터 재개될 것이다, 노선에도 일부 변경이 있을거다, 철도 매니아들은 저마다의 논리로 서울시 지도에 지하철 노선을 긋고 다른 매니아들을 설득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 3기 지하철 사업은 결국 재개되지 못했습니다. 서울시가 비용이 많이 드는 중전철 대신 경전철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사가 진행 중인 신안산선이 과거 10호선 계획과 비슷한 노선으로 가기는 합니다.) 서울시는 2007년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우이신설선과 신림선, 동북선 등 1차 경전철 노선을 발표했고, 2019년 2월에는 '제2차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강북횡단선 등을 추가했습니다. 2017년 9월 우이신설선이 경전철 중 처음으로 개통됐고, 2022년 5월 28일 신림선이 운행에 들어갔습니다.
최근에도 철도매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하철보다 3배나 빨라 수도권 직장인들의 꿈으로 불리는 GTX의 2기 노선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발표에 따르면 D노선은 인천공항과 김포장기에서 각각 출발해 부천대장에서 합쳐진 뒤 서울가산, 사당, 강남 등을 거쳐 삼성에서 하남교산과 성남 쪽으로 분기합니다. E노선은 역시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부선대장을 거쳐 DMC와 연신내, 평창, 광운대 등 서울 강북 지역을 관통한 뒤 남양주왕숙, 덕소로 들어갑니다. 마지막 F노선은 수도권순환 고속도로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사업성이 확보되는 하남교산-남양주왕숙 부분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2035년 개통이 목표입니다.
기존 A, B, C 노선도 추가 연장됩니다. A노선은 화성동탄에서 평택지제까지, B노선은 남양주마석에서 가평을 거쳐 강원춘천까지 가고, C노선은 위로는 동두천으로, 아래로는 충남아산까지 연장이 추진됩니다. 지방권 광역급행철도(x-TX)도 도입돼 민간에서 제안이 들어온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가칭 CTX)가 선도사업으로 추진됩니다. 대전청사-세종청사-오송역-충북도청-청주공항 등이 주 노선으로 수도권 연결도 추진됩니다. 대구경북 신공항철도(대구-구미-신공항-의성)도 GTX 급행철도 차량을 투입해 예타를 신청하고, 민간투자 유치도 검토됩니다. 부울경과 호남권 등도 지자체와 민간의 건의를 받아 5차 철도망 계획 반영을 검토합니다.
철도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철길, 특히 전철역을 따라 도시가 형성되며 사람과 돈이 몰리기 때문이겠죠. GTX 노선이 발표되자 부동산 정보앱인 호갱노노에서는 평택 지제동(1위), 세교동(5위), 동삭동(11위), 고덕동(15위) 등 A노선 연장이 추진되는 평택 주요 지역이 관심지역 순위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지제역세권 아파트들은 호가가 1억~2억 이상 뛰었다고 하네요.
물론 철도사업은 시간이 올래 걸리고 서울지하철 10~12호선 처럼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주의해야 겠지만, 파급력이 큰 재료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하철, 경전철에 이어 대세로 떠오른 GTX가 철도와 부동산 매니아들을 한동안 분주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제2차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 노선도. 2019.2.20 [서울시 제공]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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