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경제뉴스를 쉽고 재밌게, 또 알차게 전해드립니다. 경제기자M 이연제입니다.
이번주 주제는 "혼나러 들어가는 채팅방"입니다.
대화 내용부터 보실까요.
4700원짜리 버블티를 사먹었다고 말하자, 차라리 컵에 스티커를 붙여 대리 만족을 느끼라고 질책하고요.
물을 저렴하게 샀다고 자랑하는 사람에게는 약수터 가면 공짜라며 오히려 비싸게 산 셈이라고 꾸중합니다.
이 곳은 이른바 '거지방',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을 서로 꾸짖어가며 절약을 독려하는 방입니다.
고물가 속 생활비를 아끼고 있는 2030세대 사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왜 이 곳에 모여들고 있는지, 직접 채팅방에 들어가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 VCR 】
카카오톡에 거지방을 검색하자, 채팅방 수백개가 나옵니다.
정원 1,500명으로 설정한 방도 인원이 다 차 입장하기 어렵습니다.
대기 끝에 한 채팅방에 들어가 점심값으로 13,500원을 썼다고 올렸습니다.
바로 "사치죠", "뭔데 13,500원이나 하냐"며 꾸중섞인 답변이 달립니다.
이모티콘도 직접 그려서 사용하고, 커피는 당연히 금지입니다.
▶ 인터뷰 : A 씨 / 거지방 이용자
- "커피 마시지 마시고 티백 들고 다녀라, 아니면 진흙탕 마셔라 이런 식으로…. 재미있었어요."
사정이 비슷한 청년들끼리 모여 이른바 짠한 동질감을 느낄 뿐 아니라,
▶ 인터뷰 : 한선우 / 거지방 운영자
- "물가에 비례해서 비어가는 통장을 보니까 저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유용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유용하니까…."
자기 소비를 되돌아보고 살림살이에 보탬도 되니, 이용자들 반응은 뜨겁습니다.
▶ 인터뷰 : A 씨 / 거지방 이용자
- "소비의 총량도 나오거든요. 그거 보면서 자연스럽게 바로미터가 되더라고요."
▶ 인터뷰 : B 씨 / 거지방 이용자
- "다른 참가자들을 보면서 경각심도 느끼게 되고…. 가계부 쓰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소비가 거의 한 30% 가까이 줄어든 것 같아요."
동질감에 재미 요소가 더해지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입니다.
▶ 인터뷰 : 이수진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 ""내가 지금 어려운데 너도 어렵구나 근데 우리 다 같이 어렵네". 거기에 유희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 당분간은 (유행이) 좀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죠."
--
과거 MZ세대 하면 생각났던 단어, '욜로'나 '플렉스'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죠.
요즘 청년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갑니다.
먼저, 취업부터 참 어렵습니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 수는 9만 명 가까이 줄어들며 다섯달 연속 감소했는데요.
살림살이가 팍팍해서일까요.
'돌려막기'를 하는 저신용 청년층도 급증했습니다.
3곳 이상 금융기관 대출을 받은 저신용층 10명 중 4명이 30대 이하였는데요.
여기에 고금리까지 겹치며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층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 인터뷰 : 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 "현재의 경기 상황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청년 세대들을 중심으로 소비를 절약하고자 하는 부분들이 표출된 것으로…."
어려운 상황 속 그야말로 웃음으로 눈물닦는 중인 청년들.
재미의 이면에 있는 이들의 무거운 현실은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경제기자M이었습니다.
[yeonjelee@mbn.co.kr]
영상취재: 김민승 VJ
영상편집: 이우주
그래픽: 이지연
경제뉴스를 쉽고 재밌게, 또 알차게 전해드립니다. 경제기자M 이연제입니다.
이번주 주제는 "혼나러 들어가는 채팅방"입니다.
대화 내용부터 보실까요.
4700원짜리 버블티를 사먹었다고 말하자, 차라리 컵에 스티커를 붙여 대리 만족을 느끼라고 질책하고요.
물을 저렴하게 샀다고 자랑하는 사람에게는 약수터 가면 공짜라며 오히려 비싸게 산 셈이라고 꾸중합니다.
이 곳은 이른바 '거지방',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을 서로 꾸짖어가며 절약을 독려하는 방입니다.
고물가 속 생활비를 아끼고 있는 2030세대 사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왜 이 곳에 모여들고 있는지, 직접 채팅방에 들어가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 VCR 】
카카오톡에 거지방을 검색하자, 채팅방 수백개가 나옵니다.
정원 1,500명으로 설정한 방도 인원이 다 차 입장하기 어렵습니다.
대기 끝에 한 채팅방에 들어가 점심값으로 13,500원을 썼다고 올렸습니다.
바로 "사치죠", "뭔데 13,500원이나 하냐"며 꾸중섞인 답변이 달립니다.
이모티콘도 직접 그려서 사용하고, 커피는 당연히 금지입니다.
▶ 인터뷰 : A 씨 / 거지방 이용자
- "커피 마시지 마시고 티백 들고 다녀라, 아니면 진흙탕 마셔라 이런 식으로…. 재미있었어요."
사정이 비슷한 청년들끼리 모여 이른바 짠한 동질감을 느낄 뿐 아니라,
▶ 인터뷰 : 한선우 / 거지방 운영자
- "물가에 비례해서 비어가는 통장을 보니까 저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유용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유용하니까…."
자기 소비를 되돌아보고 살림살이에 보탬도 되니, 이용자들 반응은 뜨겁습니다.
▶ 인터뷰 : A 씨 / 거지방 이용자
- "소비의 총량도 나오거든요. 그거 보면서 자연스럽게 바로미터가 되더라고요."
▶ 인터뷰 : B 씨 / 거지방 이용자
- "다른 참가자들을 보면서 경각심도 느끼게 되고…. 가계부 쓰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소비가 거의 한 30% 가까이 줄어든 것 같아요."
동질감에 재미 요소가 더해지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입니다.
▶ 인터뷰 : 이수진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 ""내가 지금 어려운데 너도 어렵구나 근데 우리 다 같이 어렵네". 거기에 유희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 당분간은 (유행이) 좀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죠."
--
과거 MZ세대 하면 생각났던 단어, '욜로'나 '플렉스'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죠.
요즘 청년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갑니다.
먼저, 취업부터 참 어렵습니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 수는 9만 명 가까이 줄어들며 다섯달 연속 감소했는데요.
살림살이가 팍팍해서일까요.
'돌려막기'를 하는 저신용 청년층도 급증했습니다.
3곳 이상 금융기관 대출을 받은 저신용층 10명 중 4명이 30대 이하였는데요.
여기에 고금리까지 겹치며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층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 인터뷰 : 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 "현재의 경기 상황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청년 세대들을 중심으로 소비를 절약하고자 하는 부분들이 표출된 것으로…."
어려운 상황 속 그야말로 웃음으로 눈물닦는 중인 청년들.
재미의 이면에 있는 이들의 무거운 현실은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경제기자M이었습니다.
[yeonjelee@mbn.co.kr]
영상취재: 김민승 VJ
영상편집: 이우주
그래픽: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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