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가 시작되면 이전에 쉽게 하던 행동이 어려워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가기, 물 마시러 가기 등 아주 간단한 행동조차도 힘들어질 수 있으며, 도중에 넘어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고령화 과정에서 낙상사고는 흔하게 일어나는 증상이다. 질병 관리청에 따르면 낙상 환자는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응급실에 방문하는 외상 환자 4명중 1명이 낙상환자다. 특히 70세 이상 외상 환자 중 절반 이상이 낙상 환자라고 한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청은 노인은 되도록 천천히 움직이고, 과음을 삼가고, 꾸준한 운동을 할 것을 조언했다.
낙상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청력 관리도 낙상사고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청력과 낙상사고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리의 귀는 소리를 듣는 것 뿐 아니라, 균형을 잡는 기능도 한다. 이는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이 내이 속 세반고리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몸은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이때 낙상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난청중점 클리닉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흥미로운 사실은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 인자가 전정기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난청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 바이러스가 내이 속 전정기관까지 전파되어 균형감각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력과 전정 기능의 저하는 노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자국민의 전정 기능을 검사한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40세 이상의 3분의 1 이상이 균형잡기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노화 뿐 아니라 난청을 유발하는 이독성 약물의 복용이나 혈액순환의 저하도 전정기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가벼운 청력 손실도 낙상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40세에서 69세 사이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경미한 정도의 난청을 가진 사람에게 낙상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3배나 높았다. 미시간 대학의 한 연구팀이 난청을 진단받은 약 11만 5,000명의 노인을 3년간 분석한 결과, 동일한 나이대의 평균 낙상 사고율이 7.5%인 것과 다르게 13%가 낙상사고를 겪었다.
그렇다면 난청이 낙상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Johns Hopkins School of Medicine)의 이과(耳科)의사 프랭크 린(Frank Lin)은 걷기와 균형잡기가 많은 인지력이 요구되는 행동이라 주장한다. 즉 난청으로 인해 잘 들리지 않는 소리를 집중해서 듣다 보면, 균형을 잡는 데 활용되는 인지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넘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난청은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는데, 우울감 또한 낙상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울감은 집중력과 판단력을 흐려 주변에 위험 인자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걷기나 근력 운동이 발과 다리의 힘을 길러주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놀랍게도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리를 잘 들을수록 낙상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김성근 원장은 "미시간 대학에서 보청기를 처음 착용한 난청인들을 3년간 연구한 결과, 이들의 낙상 사고율이 13%나 줄어들었다. 물론 보청기가 낙상사고를 방지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나, 이는 유의미한 연구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면서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난청인은 보청기 착용을 통해 청력 재활과 균형감각의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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