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대기업 알뜰폰 진입, 등록조건 규제 등 제도 개선 필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인 KB리브엠이 모기업의 거대 자본을 앞세워 알뜰폰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협하고, 장기적으로는 중소사업자의 퇴출을 유도해 알뜰폰 시장을 대기업 놀이터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건전한 시장발전과 사업자 간 상생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KB리브엠은 지난 2019년 4월 금융위의 금융업 외 사업 특례를 인정받아 같은 해 10월부터 MN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사업을 운영 중이다. 올해 6월 기준 가입자 총 30만명을 확보하며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 과정에서 사세를 급성장시키기 위해 모기업인 KB국민은행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마케팅'을 전개하고, 알뜰폰 시장을 교란했다고 지적했다.

고객 데이터 확보를 위해 알뜰폰 사업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는 저가 마케팅을 감행하면서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모기업의 이자 수익으로 충당하는 사업 방식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KB리브엠은 지난 10월 애플의 아이폰14 출시 직후 제휴 판매를 통해 최대 22만원의 현금성 사은품을 제공해 업계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통사 계열 자회사와 KB리브엠의 요금제. [자료 출처 = 윤영찬 의원실]

또 과도한 요금 프로모션으로 회선 당 최대 26만원까지 손해를 보는 원가 이하의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통상적인 할인 혜택의 범위를 벗어난 제 살 깎기 식 경쟁을 주도했다. 이로 인해 작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행정권고 조치를 받았다.
윤 의원은 KB리브엠의 저가 마케팅이 이용자 부담을 단기적으로 경감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소사업자의 퇴출을 유도해 알뜰폰 시장을 대기업 위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윤 의원은 "대기업이 중소사업자 중심의 알뜰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이통사 계열의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입할 때 강력한 등록조건을 적용하고 있다"라며 "공정한 경쟁과 건전한 통신 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업을 비롯한 대기업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공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수익이 과도한 영업·마케팅 비용으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회계 분리와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내년 4월 종료되는 알뜰폰 사업 임시허가 만료 전에 정부차원에서 대응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