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현대 물리학계의 우주표준모형을 이루고 있는 '우주가속팽창' 가설이 틀렸을 수 있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우주가속팽창은 우주의 70%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에너지'의 근거가 되는 이론이기도 해 연구팀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인류가 받아들이고 있는 우주의 형태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은화진화연구센터 이영욱 교수 연구팀은 별이 사망할 때 폭발하는 초신성이 내뿜는 빛이 별이 수명을 다하기 전 상태인 '모항성'의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결정적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천문학회지 1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현재는 온라인 사전 게재 상태에 있다.
우주가속팽창 모델을 반박하는 연구진의 모델. 젊은 항성의 초신성에서 나타난 빛이 늙은 항성에서 나타난 빛에 비해 어둡다. [사진 = 연세대]
우주가속팽창 모델은 지난 2011년 아담 리스 박사 연구팀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안겨줬다. 우주가 미지의 암흑에너지에 의해 점점 빠르게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모델이다. 이 이론의 근거로 사용된 것이 초신성이 내뿜는 빛을 활용한 거리 측정이다. 핵심 가정은 초신성의 빛 강도가 모항성의 나이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먼 우주에서 관측된 초신성의 빛이 상대적으로 젊은 항성에서 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연구팀은 지난 2020년 선행연구를 통해 가정에 오류가 있다는 증거를 발표했다. 초신성 빛의 강도와 모항성의 나이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아담 리스 박사 연구팀은 반박자료를 냈으나, 연구팀은 반박자료가 오히려 오류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반박자료 데이터를 보다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번 연구 성과를 거뒀다.
이 교수는 "우주가속팽창 모델은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는 핵심적인 근거였다"며 "우주배경복사와 바리온음향진동 연구 역시 암흑에너지의 증거로 제시되지만, 간접적인 정황증거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로 그동안 서로 일치하는 것으로 보였던 세 가지 근거가 서로 상충하는 상황이 됐다. 갈릴레오의 지동설같은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관측 지점으로부터 다양한 거리에 있는 초신성의 데이터를 분석해 근거를 강화하는 후속 연구에 착수했다. 이 교수는 "노벨상 받은 연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연구는 별로 없다. 논문을 게재하기도 힘들었다"라며 "기존 주류 연구 진영까지 설득하기 위해 연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