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이 치솟고 있음에도 한국의 수출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두고 2010년 이후 주요 산업 분야에서 수출에 대한 환율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산업연구원(KIET) 소속 이소라 부연구위원은 '원화 환율의 수출 영향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현상을 "한국의 수출 구조 고도화, 글로벌 국제 분업 참여 확대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하며 세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국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한국의 수출 비중은 지속해서 낮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보고서는 "세계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이 중시된 2010년 이후 환율에 의한 수출 영향력이 과거와 상이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전에는 국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 상승이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2010년 이후에는 그 관계가 약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이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이용해 실증 분석을 진행한 결과, 주요 산업 수출은 2010년 이후 환율 변동에 의한 가격 경쟁력 영향이 감소했다. 2010년 이전에는 실질실효환율이 1% 하락하면 주요 산업 수출이 0.71% 증가했지만 2010년 이후에는 0.55% 증가에 그쳤다.
산업별로는 자동차·일반기계·디스플레이·반도체 수출에 대한 실질실효환율 영향이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와 석유화학 수출에 대한 영향력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제품 가공 단계별로는 1차 산품은 환율 변화와 관련성이 없었다. 이런 현상은 1차 산품이 세계 시장 가격에 따라 거래되는 특징에 기인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반면 중간재와 최종재 수출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은 2010년 이후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 폭은 최종재(-0.05%)보다는 중간재(-0.27%)에서 상대적으로 컸다. 다만 최종재 중 소비재(+0.02%) 수출은 2010년 이후 환율의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연구위원은 "저가 품목 생산으로 가격 경쟁을 하던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기술 개발 중심 산업 정책을 시행하며 수출 구조가 점차 고도화됐다. 기술 집약도가 높은 산업의 수출이 증가할수록 품질이나 기술 우위 등 비가격적 요소가 중요해지며 환율의 영향이 감소한다"며 "수출에 대한 환율 영향력은 향후 다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구조로의 변화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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