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등 수입 급증에 서비스수지마저 악화
재정수지 적자 예고에 경상수지까지...'한국경제 위기설' 확산
재정수지 적자 예고에 경상수지까지...'한국경제 위기설' 확산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던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가 30억 5,000만 달러(약 4조 3,036억 원) 적자로 집계됐습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지난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고, 5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넉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 상품수지 2개월 연속 적자에 서비스수지도 뒷걸음
특히 4월의 적자는 연말 결산법인의 외국인 배당으로 배당소득수지 적자가 약 40억달러에 이른 영향이 컸지만, 8월의 경우 배당소득수지가 흑자인 상태에서 상품수지의 대규모 적자가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8월 상품수지는 수입 증가 폭이 수출의 네 배에 이르며 44억5,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통관기준 원자재 수입액이 작년 같은 달보다 36.1% 늘었고, 원자재 중 석탄, 가스, 원유의 수입액 증가율은 각 132.3%, 117.1%, 73.5%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운송수지와 여행수지 등의 악화로 서비스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수출화물운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운송수지 흑자 폭이 줄었고, 코로나19 방역완화로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9억7,000만달러로 확대되는 등 8월 서비스수지는 7억 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8월 국제수지 잠정통계 발표하는 한국은행.
◇ '쌍둥이 적자' 우려
상황이 이렇자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110조8,000억 원 적자가 전망돼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 왔던 수출이 흔들리고 8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하면서 빨간불이 켜진 겁니다.
다만 한국은행은 9월 들어 무역적자가 크게 축소된 만큼 경상수지는 다시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올해 연간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해 '쌍둥이 적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한국은행과 국제기구는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300억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환율 더 불안...'한국경제 위기론' 대두
이번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우선 달러 초강세 상황에서 경상수지 악화는 달러 수급에 불균형을 일으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올 들어 급등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년 만에 1,400원 선을 돌파한 상태.
경상수지 적자로 국외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또다시 환율 상승 요인이 됩니다.
대외부채가 늘어나 국가 전체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외환당국은 지난달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달러를 대거 풀었고, 그 여파로 외환보유액은 한달 새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최대폭인 196억 6,000만 달러가 감소한 바 있습니다.
수입 가격 상승으로 물가는 더 오르고 이는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추 부총리는 "차제에 경상수지 흑자 구조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상품·서비스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에너지 부문의 과다한 수입에 따른 부분도 구조적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며 "상품수지, 무역수지, 서비스수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준비되는 대로 부문별로 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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