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이폰14' 시리즈 초기 판매량이 예상치를 밑돈 가운데 출고가가 높게 책정된 국내에서도 흥행이 부진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서 출시된 아이폰14의 초기 3일간 판매량은 98만7000대로, 전작인 아이폰13 시리즈보다 10.5%가량 적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시장이면서 아이폰 점유율이 50%에 가까운 국가다. 아이폰14 역시 지난달 12일 사전 예약 첫 날 주문량이 200만건을 돌파하며 높은 인기를 예고했다.
그런데 실제로 판매가 시작되자 예약 건수만큼 팔리지 않았다. 사전 예약은 결제 의무가 없는 만큼 변심한 고객들이 구매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아이폰14 일반라인(일반·플러스)과 프로라인(프로·프로맥스)의 과도한 '급 나누기'로 인한 수요 불균형을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경우 일반라인은 전작과 같은 A15 바이오닉 칩이 탑재됐고, 프로라인에만 신형인 A16 바이오닉 칩을 채택했다.
디자인 면에선 프로라인에서만 '노치'를 제외하고 펀치홀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이에 따라 펀치홀을 활용한 기능인 '다이나믹아일랜드'도 프로라인에서만 쓸 수 있다.
메인 카메라 화소 역시 일반라인은 1200만 화소, 프로라인은 4800만으로 차이가 크다. '얼웨이즈온디스플레이(AOD)' 기능도 프로라인에만 적용됐다.
사실상 새로운 기능이 프로라인에 몰려 있다 보니 일반라인이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고, 이것이 전체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하반기 아이폰14 시리즈 생산량을 기존 9000만대에서 9600만대로 높일 계획이었지만, 초기 흥행에 실패와 세계적인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자 증산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일반 모델 생산라인을 수요가 높은 프로 모델로 전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사전 예약이 시작된 한국에서는 흥행에 이르는 길이 더욱 험난하다. 애플은 아이폰14의 미국 내 출고가를 동결했지만, 높은 환율로 인해 한국 출고가가 전작 대비 16~26만원 비싸졌기 때문이다.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14 시리즈의 국내 출고가는 ▲일반 125만원 ▲플러스 135만원 ▲프로 155만원 ▲프로맥스 175만원부터다. 최고 사양인 프로맥스 1테라바이트(TB) 모델의 출고가는 250만원에 달한다.
아이폰14 시리즈의 하반기 최대 경쟁작인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4·폴드4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플립4와 폴드4의 초기 출하량이 전작 대비 2배 증가했고, 이는 동기간 중 가장 높은 기록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77%로 애플(21%)의 3.6배에 달한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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