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폐배터리에서 리튬·니켈 등을 회수하는 2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을 낙점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풍은 오는 2030년 배터리 소재를 연간 70만t 생산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풍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배터리·전기차 컨퍼런스 'KABC 2022'에서 '건식용융 재활용 기반 리튬배터리 리사이클 플랫폼'이라는 주제로 2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술과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영풍은 경북 김천시 소재 생산 거점에서 다음 달부터 건식 리사이클 방식에 최적화된 원료 '리튬배터리 플레이크(LiB Flake)'를 생산한다. 영풍이 생산하는 리튬배터리 플레이크는 폐배터리를 팩·모듈 단위에서 곧바로 파쇄해 조각낸 것으로, 전처리 공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했다. 케이스와 집전체 등도 원·부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금속의 회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내외 대다수 리사이클링 기업은 습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전처리 공정에서 폐배터리를 셀 단위까지 분리한 뒤 잘게 분쇄해 리사이클링 원료인 블랙파우더를 제조한다. 불순물로 간주되는 배터리 케이스와 양·음극재의 집전체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리튬·니켈·코발트·구리 등 유가금속이 손실된다.
영풍의 전처리 방식으로 배터리를 팩·모듈 단위에서 파쇄해 만든 2차전지 리사이클링 원료인 `리튬배터리 플레이크(LiB Flake). 기존 습식 공정에 비해 전처리 공정이 단순하다. [사진 제공 = 영풍]
영풍은 오는 10월 하순부터 리튬배터리 플레이크를 석포제련소에 있는 건식용융 리사이클링 방식의 파일럿 공장에 투입해 리튬 등 주요 전략 소재를 시범 생산한다는 계획이다.영풍의 이 같은 전략의 밑바탕에는 지난 반세기간 쌓아온 기술력이 깔려 있다. 영풍은 세계 4위 규모의 비철금속 제련소인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면서 재활용에 필요한 전처리 과정을 단축하고, 금속 회수율을 높여왔다.
영풍의 건식용융 리사이클링 기술(LiB FE&R)은 리튬배터리 플레이크를 고온의 용융로에 넣어 녹이고 비산시킨 뒤 먼지 형태로 각종 유가금속을 포집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니켈·코발트·구리·망간을 95% 이상 회수할 수 있다. 기존 방식에서는 회수하기 어려웠던 리튬을 공정 첫 단에서 집진 설비를 이용해 90% 이상 뽑아낼 수 있다.
또 이 기술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회사들에서 장착 비율이 늘고 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재활용할 때도 경쟁력이 뛰어나다. 기존 습식 방식으로는 LFP배터리에서 리튬만 회수할 수 있지만, 영풍의 방식으로 하면 구리도 함께 회수할 수 있다.
심태준 영풍 그린사업실 전무는 "올해 완공하는 파일럿 공장을 필두로 2024년 연간 사용 후 배터리 2만t(전기차 8만대분) 규모의 1차 상용화 시범공장을 완공하고 지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2030년 이후 리튬·니켈·코발트 등 연간 70만t 규모의 배터리 소재 원료를 생산해 약 5조원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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