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황금'으로 불리는 리튬 가격이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은 데다 중국의 전력난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최근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는 등 각국이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고 있지만, 당분간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이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기업이 주력하는 삼원계배터리가 상대적으로 리튬을 덜 사용한다는 것이 근거다.
10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킬로그램(kg)당 482.5위안(약 9만5700원)이다. 올해 초 200위안대로 시작해 3월 472.5위안(약 9만3800원)까지 오르더니 이달 들어 가격이 더 뛰고 있다. 4~5월 소폭 하향세를 보인 것이 무색해졌다.
리튬 가격 상승의 주원인으로 중국의 전력난과 미국의 지난달 IRA를 통과시킨 것이 꼽힌다. 최근 폭염으로 전력난을 겪은 중국에서 공장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면서 리튬 공급이 줄었다. 중국은 전 세계 리튬의 약 13%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미국은 지난달 IRA를 통해 북미에서 최종 조립·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며 배터리 수요를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몇 년 내에 리튬 공급이 늘어나기 힘들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튬 채굴 업체 피에드몬트의 최고경영자(CEO) 케이스 필립스는 최근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지만, 2030년까지는 힘들다"라며 "2035년까지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란 바이든 정부가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량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고 선언한 것을 말한다.
2022년 1~9월 탄산리튬 가격 변동 추이. [자료 출처 =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야후파이낸스는 이런 전망의 근거로 리튬 채굴에 대한 정부의 허가가 느린 점, 승인을 얻은 후 실제 채굴을 시작할 때까지 5~10년이 걸리는 점을 들었다. 그 사이 리튬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거라는 점도 지적했다. 리튬 수요가 향후 20년 동안 약 40배가 될 거라고 예측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망도 인용했다.리튬 가격 상승은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판가 연동에 따라 배터리 원가가 오르면 전기차 가격이 뛰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전기차 가격을 올해만 네 차례 인상했고,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도 최근 일부 전기차 모델 가격을 1000만원가량 올렸다.
그런데 리튬 가격이 뛰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의도치 않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계 기업이 주력하는 LFP(리튬인산철)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높아 최대 장점인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배터리 역시 리튬이 꼭 필요하지만, 니켈·코발트가 주로 사용돼 LFP배터리에 비해 리튬 사용량이 적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찾았던 건 가격 경쟁력 때문이었으나 리튬 가격이 상승하면 그만큼 매력이 희석된다"라며 "NCM과 LFP배터리의 가격 격차가 줄면 오히려 국내 업체들엔 상대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리튬 대란'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조사에서 한국 3사의 합계 점유율은 25.9%로 작년 동기(34.2%)보다 8.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률이 중국 업체에 밀린 것이 원인이다. 특히 점유율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률은 9%였으나 1위인 CATL은 110.6%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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