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차량 부품업체들이 해외 업체의 무분별한 국내 고속철도 시장 진출을 두고 입찰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호소하고 나섰다.
철도차량 부품산업 보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일 '국내 철도부품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호소문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 등에 전달하고"경쟁을 명분으로 해외 업체의 무분별한 국내 고속차량 사업 입찰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지 숙고해 달라"고 밝혔다. 호소문에는 191개 국내 철도차량 부품업체들이 서명에 동참하며 해외 업체의 국내 고속차량 시장 진입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비대위가 호소문을 발표한 배경에는 스페인 철도차량 제작사인 '탈고'의 국내 시장 진출 때문이다. 탈고는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와 컨소시엄을 맺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발주한 136량짜리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 입찰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 업체들은 "최근 고속차량 발주 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조건이 완화되면서 해외 업체의 국내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발주 물량이 해외 업체에 몰릴수록 기술 자립은커녕 해외에 종속이 될 것이고 이는 국내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해외 업체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면 영세 사업장이 전체의 96%에 달하는 협력 부품 업체의 생존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부품 업체들은 "고속차량 이전에도 기존 일반 전동차 시장에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서 기술력이나 품질이 아닌 최저가가 우선되는 '치킨 게임'이 벌어졌다"며 "완성차 제작사들은 저가의 중국산 부품을 사용해 단가를 낮춰 입찰 경쟁에 나서기 시작했고 국내 부품제작사들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고속철 국산화를 위해 30년 동안 2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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