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활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농업법인이 농지를 매입해 실제 농사는 짓지 않고 매매차익만 올리는 형태의 투기가 적발됐다.
11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 이를 단속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는 관리 부실로 농지를 부동산 투기에 활용한 법인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1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농지 매매로 1억원 이상 차익을 본 농업법인 476개를 점검한 결과 이 중 28.7%인 137개 법인이 농업경영을 하겠다는 허위계획서를 제출해 자격증명을 발급 받아 809개 필지를 사들이고 매도해 총 1391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2018년 2월 서울 강남구에 소재지를 둔 A 농업법인은 같은해 3월부터 벼를 재배할 예정이라고 농업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경기 평택시에 1037㎡의 농지를 매입했다. A 농업법인은 실제로는 농사를 짓지 않고 같은해 3월부터 8월까지 16명에게 차례로 토지를 분할 매각해 약 3억원의 매매차익을 올렸다. 하지만 평택시 등 55개 시·군은 이 같이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 농지를 매매한 농업법인에 대해 고발 등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특히 조사대상중 97개 법인이 농어업경영체법의 사업 범위를 벗어나 부동산 매매업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성남시 등 49개 시·군·구는 해산 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2015년에 진행한 감사에서 허위 영농계획서로 농지를 취득한 것으로 지적된 농업법인의 등기임원이 이후에 다시 농지법을 위반했는지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3개 농업법인의 등기임원 3명이 농업법인을 다시 만들거나 다른 농업법인의 임원으로 들어가는 방법으로 또다시 농지매매로만 차익을 본 것을 확인했다. 2018∼2020년까지 농업 관련 매출은 없고 부동산 매도 차액이 1억원 이상인 법인 272개를 살펴보니 22명이 27개 법인의 등기임원으로 중복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법인은 농지 활용 부동산업으로만 736억원을 벌어들였다.
감사원은 "일부 농업법인이 투기목적으로 설립돼 농지매매로 매도차익을 얻는 사건이 수년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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