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으로 해외여행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항공사들이 올 하반기 다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화물부문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코로나19 재확산에 여객부문 성장도 주춤해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흑자전환 시기가 늦어질 전망이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FSC)의 지난 2분기(4~6월) 실적은 호조를 보이겠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에도 실적을 이끌었던 화물부문이 올해 2분기에 정점을 찍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 2분기 예상 매출은 3조16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3% 증가하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5694억원으로 194.2% 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올 3분기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견뎌냈던 FSC조차 올해 3분기부터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화물부문 성장은 2분기에 이미 정점을 찍은 반면 여객부문은 전세계 코로나19 재유행에 또 타격을 입게 된 영향이다.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3906억원으로 7% 감소할 전망이다. 3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37.6% 신장하는 반면 순이익은 같은 기간 46.4% 줄어 570억원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올 4분기에도 하락세가 예고됐다. 4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15.8% 느는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같은 기간 54.4%와 98.3% 급감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호황이었던 화물부문이 올해 2분기를 정점으로 업황 둔화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과 이에 대응한 금리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돼 글로벌 경기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은 지난달 20일 대한항공에 대해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기존 4만1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19.5%나 내렸다. 일반적으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내려 잡는 것은 기대를 낮췄단 것을 의미한다.
하나증권 역시 이튿날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기존 4만1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9.75% 낮췄다. 2분기 실적 호조를 예상한 반면, 연간 실적 추정치는 하향 조정한 탓이다.
대한항공 화물기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 2분기에 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심사가 길어지는데다 기지개를 펴는 듯했던 여객부문이 주춤하면서 3분기부터 안갯속에 들어가게 됐다.저비용항공사(LCC)의 우려는 더 크다. FSC에 비해 화물부문이 약하고 단거리 중심의 노선 운용으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상당했던 타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리스크'를 벗어나기 전까진 당분간 흑자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특히 국내 LCC의 경우 그동안 일본과 중국의 소도시까지 진출하며 단거리 노선 위주로 확장해 왔는데 아직 중국은 코로나19로 멈춘 해외 노선을 복구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데다 일본은 비즈니스 수요 외엔 단체여행객만 받고 있다.
제주항공의 올해 2분기 예상 영업손실은 480억원으로, 지난 2019년 2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진에어도 3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티웨이항공의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220억원 수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고 가족여행객의 니즈(요구)가 강한 동남아 노선 위주로 여객부문이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을 피해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일본 정부가 자유여행객을 받는 게 가장 희망적이지만, 일본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이 빠르게 이뤄져 항공사들의 실적 개선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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