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가 공모 형태로 조달한 4000억원 규모 영구채가 투심 잡기에 실패했다. 코로나19 재확산 국면과 금리 인상에 맞물려 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미매각된 물량은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CGV가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진행한 30년 만기 전환사채(CB)의 일반공모 청약을 마친 결과 3000억원대에 이르는 물량이 미매각된 것으로 파악됐다. 4000억원어치 CB 발행을 추진한 CJ CGV는 구주주 청약 후 남은 3854억원을 이날까지 진행된 일반 공모를 통해 모집하려 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물량을 소화하지 못한 셈이다.
공모 후 남은 잔액은 주관업무를 맡은 증권사가 총액 인수할 예정이어서 CJ CGV 자체 자금 조달 계획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미매각 물량을 자기자본으로 떠안아야 하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주관사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잔여 물량은 주관사가 비율에 나눠 총액인수할 예정인데, 인수비율 중 62.5%를 할당 받은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2000억원을 전후하는 실권주를 떠안아야 해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을 추후 매각하거나 구조화 상품으로 만드는 등 여러 방안을 통해 부담을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J CGV의 CB는 일찍이 흥행 실패 가능성이 엿보였다. 지난 12일~13일 진행된 구주주 청약 기간 동안 약 145억원의 물량만 소화됐다. 청약률로 전환하면 3.64% 수준에 불과하다. 회사가 지난해 6월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제32회 CB의 경우 구주주 청약률이 29.55%, 청약 금액으로는 886억원이 집계됐다. 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다.
일반 청약에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CJ CGV의 주가는 이번 CB의 주식 전환가액인 2만2000원보다 낮은 2만원 초반대에 머물러 있어 투자 매력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더불어 금리 상승 국면에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자 일부 기관들은 상장 후 저가에 매수하는 방향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지주사 CJ㈜는 이번 CB 청약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CJ CGV에 유상증자 형태로 오는 28일 150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 2020년 신종자본대출로 CJ CGV에 빌려줬던 2000억원 중 1500억원을 조기에 상환받고, 유상증자 형태로 되돌려주는 주는 구조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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