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표시 채권 이자 부담에 재무구조 악화도 우려
오늘 원·달러 환율이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장중 1,300원을 넘어 1,302원까지 치솟아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달러와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한 여파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수출단가 측면에서는 고환율이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원자재 수입과 맞물려 물가상승이 심화하는 국면이라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이 정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당장의 영업 활동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환율의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이 많은 정유업계는 환율 상승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정유업체가 외국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유 공정을 거쳐 제품을 내놓기까지는 약 두 달이 걸리는데 이 기간 현금이 묶이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자금을 융통할 목적으로 유전스(Usance)라는 채권을 발행합니다.
환율이 치솟으면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분기 실적에 반영되는 영업외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원가가 제품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특성상 환율이 오르면 매출액도 늘어나는 만큼 어느 정도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입니다.
정유업계는 또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요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다 환율을 적용해 산정되는데 국제 유가가 계속 치솟는 데다 환율까지 오르면서 기업은 물론 소비자의 부담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한편 미 연준의 추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75bp 인상 확률은 95.7%로 집계됐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원화 약세를 야기한 요인이 결국 유가에 따른 수입 증가와 미국발 긴축인데 좋아질 만한 상황이 아닌 만큼 1,32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