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 장만), 빚투(빚내서 투자),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높아진 민간신용(가계+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빨라진 긴축 시계로 한국은행 역시 금리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만큼 특히, 자영업자와 가계의 빚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23일 한국은행의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3월말) 국내 가계(1859조4000억원)와 기업(1609조원) 등 민간 경제주체의 빚은 3468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가계와 기업의 빚은 1년 전 대비 각각 5.4%, 14.8% 불어났다.
빚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가계와 기업의 민간신용 규모는 전체 국내 경제 규모의 2배를 웃돌았다.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19.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전 분기보다 0.1%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민간부문의 부채가 우리나라가 번 돈의 2배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국내총생산과 비교해 민간부문의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앞서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20년 1분기 200.2%를 기록해 처음으로 200%를 넘어선 후 200%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경제주체별로는 가계가 104.5%로 전 분기(105.8%) 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은 114.9%로 전 분기(113.7%) 대비 1.2%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점을 나열하며,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인해 기업 경영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한계기업과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잠재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우려하고 있는 자영업자 대출을 따로 살펴보면, 올해 3월말 기준 960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 대비 40.3% 늘어난 것이다. 이중 취약차주가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은 88조8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한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3월부터 금융시스템 상황을 보여 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주의단계'로 진입했다. FSI가 주의단계에 다시 진입한 것은 2021년 1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앞서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주의단계 6~8개월여 만에 터졌다.
FSI는 올해 2월 7.4로 주의단계 임계치(8)에 근접한 후 3월 8.9를 기록해 주의단계에 들어섰다. 이어 이 지수는 4월 10.4, 5월 13.0으로 3개월 연속 주의단계 문턱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FSI는 크게 3단계로, 0~8은 안정단계, 8보다 크면 주의단계, 22보다 크면 위기단계로 구분한다. FSI는 은행 연체율과 주가 및 환율, 실물경제 등의 지표를 종합해 현재 금융안정상황이 어떤지 보여준다.
한편, 이번 금융안정보고서에는 이달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상황은 반영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민간신용에 대한 심각성은 예상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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