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벨킨이 고가의 이어폰을 새로 출시했습니다. 이름이 무려 '사운드폼 이머스 노이즈 캔슬링 무선 이어버즈(SOUNDFORM Immerse Noise Canceling Earbuds)'로, 차라리 코드네임인 'AUC003'로 부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이름입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다름 아닌 가격 정책입니다. AUC003의 가격은 무려 23만 9000원으로, 무선 이어폰 중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애플 에어팟과 비슷합니다. 더구나 벨킨이 이전에 판매하던 무선 이어폰 AUC002, AUC004의 가격인 5~10만 원 대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과연 AUC003이 그 정도의 가격에 걸맞은 품질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 이 제품을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제품을 착용한 모습
장점으로는 먼저 무선 이어폰의 필수 기능 중 하나인 '멀티포인트'를 지원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멀티포인트는 하나의 이어폰을 여러 기기(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에 동시에 연결해 놓는 기능을 뜻합니다. 멀티포인트가 없는 이어폰을 쓸 때는 다른 기기를 사용할 때마다 일일이 블루투스 메뉴에 들어가 다시 연결을 해줘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기기의 수는 최대 2개인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가진 3개의 기기(아이폰 13 프로 맥스, 아이패드 에어, 맥 스튜디오)로 테스트를 해보니 기기의 종류와 상관없이 최대 2개만 동시에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통화 품질은 비교적 좋은 편으로 판단됩니다. 평소 에어팟 프로를 낀 채로 통화하면, 저는 괜찮지만 상대방으로부터 통화 품질이 이상하다는 말을 많이 듣곤 했는데요. AUC003을 낀 채로는 그런 얘기를 듣는 빈도가 확실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아예 통화 품질에 모든 것을 걸고 출시한 소니의 링크버즈에 비하면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케이스가 무선 충전을 지원합니다.
소음 제거(노이즈 캔슬링) 기능 또한 만족스럽습니다. 제가 출퇴근길에 타고 다니는 시내버스 500번은 아직 전기버스로 전환되지 않아 커다란 엔진 소리가 나는데요. AUC003을 착용하고 소음 제거 기능을 활성화하니 확실히 엔진 소리가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에어팟 프로보다는 조금 아쉬운 수준입니다.음악 감상으로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고음역대와 저음역대가 적절하게 균형이 잡혀 있고, 특별히 모난 데 없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일반적으로 20만 원대의 이어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음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본 이퀄라이저 세팅인 '벨킨 시그니처 사운드(Belkin Signature Sound)'의 공간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바로 밑의 베이스 부스트(Bass Boost)를 사용했습니다.
아이폰 '나의 찾기' 앱에 등록하는 과정
다른 제품에는 없는 특이한 기능도 하나 있는데요. 애플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 한정으로 '나의 찾기'를 지원합니다. 아이폰에서 '나의 찾기' 앱을 실행하고 AUC003 케이스의 버튼을 3번 누르면, 애플 ID에 이 이어폰을 등록해놓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기를 잃어버렸을 때 '분실 모드'를 활성화하고, 버튼을 눌러 기기에서 소리가 나게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인 문제로 지도상에 기기 위치를 표시할 수 없어 기능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 문제는 정부가 애플의 지도 국외 반출을 허용하거나, 애플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해야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용 앱인 사운드폼(SOUNDFORM) 사용 모습
제품의 단점으로는 블루투스 연결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에어팟 프로, 링크버즈 등 기존에 사용하던 다른 제품에 비해 AUC003은 유독 노래가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이는 다른 기기와 신호가 서로 간섭해 생기는 문제라기보다는 제품 자체의 블루투스 신호가 약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또 다른 단점으로는 케이스의 크기가 상당히 크다는 점도 있습니다. 평소 손가방을 따로 갖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무선 이어폰을 늘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저로서는 감당하기 다소 어려운 크기였습니다. 케이스를 좀 더 작고 가볍게 만들 방법이 충분히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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