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협력업체 노조와 교섭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고 10일 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중노위는 지난 3월 '개별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협력업체 노조에 대해서도 현대제철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정을 내렸다.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원청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는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뤄진 산업 생태계에서 적법한 원·하청 계약을 맺은 원청이 수백개 교섭단위의 단체교섭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시 중노위 결정에 대해 재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중노위가 노동계 주장만을 반영한 초법적 판정을 내려 산업현장의 단체교섭 질서는 물론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뤄진 산업 생태계 전반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해당 판정은 기존 대법원 판례나 고용노동부 해석과 배치돼 산업현장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단체교섭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계약의 내용을 형성·변경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조합원과 개별적 근로계약관계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성을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경우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고용부도 마찬가지다. 고용부는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에 대해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중노위의 판정 과정에 대해 '불공정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어 향후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모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노위는 이 사건을 판정하면서 평소 '원청을 상대로 한 노조의 단체교섭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공익위원을 배정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공정성을 문제삼아 해당 공익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지만 중노위는 이를 기각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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