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에도 불구하고 펜트업(pent-up, 보복 소비)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대면 서비스가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6월)'에 실은 '최근 방역조치 완화 이후 소비 회복의 특징 및 평가'를 주제로 한 주요 참고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방역조치의 강도를 보여주는 옥스퍼드 정책엄격성지수(Oxford stringency index)는 코로나19 3차 확산 이후 완화기인 지난해 3월 58.3, 4차 확산 이후 완화기인 그해 11월 39.1을 기록했으나,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 이후에는 16.7로 크게 하락했다.
한은은 이를 언급하며 최근의 변화된 방역정책 여건은 팬데믹 이후 소비 활동에 가장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비대면 중심으로 전환됐던 생활방식이 점차 정상화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소비 활력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령별 활동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이동량을 보면 10~20대의 경우 대면수업으로의 전환, 전면 등교 시행 등으로 가장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으며, 30~50대에서도 출근 근무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동성이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실제 서울시 도시데이터센터에서 집계한 연령대별 이동량을 보면 전체 연령에서는 2019년 같은 달과 비교해 5월에 -1.9%로 3월의 -7.5% 대비 크게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20대 이하는 3월(-1.5%)에서 5월(4.2%)로 이동량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30~50대 역시 3월(-5.4), 5월(-0.1%)로 이동량이 회복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만, 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은 60대 이상 고령층의 외부활동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자료 제공 = 한국은행]
특히 방역완화 조치와 함께 그간 개선이 더뎠던 예술·스포츠·여가에 대한 수요가 크게 호전됐다. 공연 및 스포츠 관람인원도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관련 지표를 보면 스포츠 관중 수는 일평균 올해 4월 3만1289명, 5월 4만5762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평균 스포츠 관중 수는 적게는 2000명대에서 많게는 5000명대였다. 공연 예매도 일평균 4월에는 2만9115건, 5월 3만8655건으로 이전의 2만5000명 안팎 대비 늘었다.한은은 품목별 지출 구조 측면에서도 그간 부진했던 서비스 소비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도 크게 반등하면서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0~2021년 중 지출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당분간은 이같은 서비스·준내구재(의복 등) 비중 확대, 내구재·비내구재(음식료품 등) 비중 축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와 함께 국내외 출입국 방역 완화에 따라 해외여행 수요 회복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실제 출국자 수도 큰 폭 증가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항공포털에 따르면 괌의 경우 일평균 4월에는 116명, 5월에는 292명, 방콕은 4월 396명, 5월 489명, 싱가포르는 4월 259명, 5월 339명 등으로 주요 해외 관광지 출국자 수가 이전의 두자릿수에서 최근 세자릿수로 늘었다.
한은은 코로나19 완화기의 소비 회복 모멘텀은 4차 확산 이후 완화기인 지난해 4분기 수준을 큰 폭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신용카드(신한카드) 자료를 이용해 월별 GDP 민간 소비를 추정한 결과, 재화와 서비스 소비 모두 1분기의 부진에서 벗어나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며 특히 서비스 소비는 5월 중 코로나19 이후 2년 반 만에 2019년 말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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