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내에 국내 금융시스템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단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6개월만에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2년 상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1년 이내에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단기 충격 발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이 26.9%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12.5%) 수준과 비교해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또한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응답 비중은 32.1%로 작년 말(38.8%)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번 서베이는 금융기관, 연구소, 대학, 해외 IB 등 국내외 금융·경제전문가 80명의 의견을 조사한 것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실시됐다.
다만 중기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이 32.9%로 지난 서베이(36.1%)보다 낮아졌다.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응답한 비중(25.3%)은 지난번(25.0%)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재 금융시스템의 1순위 위험 요소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34.2%)'을 꼽았다.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15.2%), 높은 가계 부채 수준(11.4%)도 주요 위험 요소로 보았다.
위험 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응답 빈도수(5가지 복수 응답)만 따져도 물가상승 압력(79.9%)이 가장 많았고, 이어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55.4%), 높은 가계 부채 수준(43.8%) 순이었다.
리스크 요인별 발생 가능성 및 영향력
주요 리스크 요인 중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시장금리 급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대체로 단기(1년 이내)에,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은 중기(1~3년)에 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아울러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시장금리 급등' 등은 발생 가능성이 높고, 발생시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력도 큰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은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력이 크지만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향후 3년간)는 작년말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았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해 '매우 높음'(1.3%), '높음'(51.9%) 또는 '보통'(43.0%)으로 응답한 비중은 전체의 96.2%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고공행진 중인 물가 관련해 "통화정책 완화 수준의 축소에 대해 시장에 분명하고 일관된 신호를 전달하는 등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및 실수요자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관련해서는 "코로나19에 대응한 완화적 금융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증대될 수 있어금융기관은 충당금 적립, 자본확충 등을 통해 손실흡수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으며, 정책당국도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적 지원, 우량기업 지원 프로그램 등 선제적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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