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식품기업 등 유통업계가 지역별 농가와 손잡고 농산물 판매 촉진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후 대규모 공급처가 사라진 농가를 지원하기 위함으로 수수료 인하나 업무협약(MOU) 체결이 부지런히 이뤄지는 분위기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최근 경남 창녕군의 양파를 활용한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다. 외식산업 침체와 단체 급식 등이 중단되면서 판로가 불확실해진 창녕군 농가를 지원하려는 시도다.
CU는 현지 양파 특유의 단맛을 활용해 도시락과 주먹밥, 김밥, 햄버거 등 7종에 이르는 제품을 마련했다. 지난 2월 포항시, 창녕군, 진도군과 지역농산물 사용을 위한 MOU를 체결한 데 이은 ESG 행보다.
CU가 양파 농가 지원에 나서기로 한 건 지난해 풍작으로 농가들이 양파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전에 저장해뒀던 물량을 전부 폐기해야 할 정도로 여건이 어려웠다.
SPC그룹도 같은 선상에서 전남 무안 양파 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SPC그룹은 양파 도매가격 급락으로 피해를 본 현지 농가를 지원하고자 지난달부터 양파빵 6종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SPC그룹이 농가 지원을 결정한 지난 3월 말 기준 양파 1kg 도매가격은 563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날(1617원)보다 67% 떨어진 수준이다. 작년 소비량이 준 데다 올해 햇양파 수확량까지 풍족해 가격이 하락했다.
MOU 등을 통한 국산 식자재 수매는 농가를 지원하는 목적도 물론 있지만, 기업들이 이익을 보는 부분도 분명 있다. 브랜드 이미지 강화 차원에서 효과적이라는 점과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6일 서울 서초구 파리바게뜨 강남서초점에서 열린 무안 양파 농가를 돕기 위한 'ESG 행복상생' 홍보행사에서 모델들이 '무안양파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원자재 수급의 경우 코로나19발 물류 대란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국제 밀·옥수수·식용유 가격이 급등했지만, 국산 농산물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들은 그 부담이 덜하다.간편식 전문 기업 프레시지는 원재료의 95% 상당을 국산 농산물로 활용한다. 이 덕분에 국제 농수산물 가격이 급변해도 생산자 부담이 덜하다는 게 프레시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프레시지는 올해 경북도에서만 40억원 상당 농특산물을 구매할 계획이다.
소비자들도 이 같은 농가 지원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품을 구매할 때 그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농가와 기업의 상생, 성장을 동시에 이룩하는 분위기다.
주문제작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의 경우 지난해 총 7차례 농특산물 공동 주문을 진행하며 누적 거래액 50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강원도 화천 애호박과 토마토, 고랭지 무, 영월 고춧가루 등 5차례 판매 행사에서는 완판 기록을 세웠다.
당시 카카오메이커스는 소비 부진을 겪고 있는 농가를 지원하고자 행사를 기획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양질의 상품을 구매하면서 농가를 지원할 수 있도록 소비자가 참여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 측면도 있지만, 수매한 농수산물이 충분히 소진되지 않을 경우 기업으로서도 경제적 리스크(부담)가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의 농가 지원은 유통기업들만이 할 수 있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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