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상반기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A씨. 요즘은 일찍부터 결혼 준비를 해야 한다는 친구들 말에 예식장 상담을 시작했다가 깜짝 놀랐다.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도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 자리가 거의 다 차 있던 것. 결국 빈자리에 이름을 채워 넣었다. 결혼 날짜를 예비부부가 아닌 예식장 일정이 정해준다는 주변의 우스갯소리가 이제야 실감이 났다.
4월 29일 정부가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를 발표하는 등 일상회복이 가까워지면서 웨딩업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을 미룬 예비 신혼부부의 수요까지 한꺼번에 몰려 예식장은 물론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약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인기 예식장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주말 낮 12~2시 등 선호도 높은 시간대 자리가 꽉 차있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4, 5, 9, 10월 등 성수기에만 홀 예약이 어려웠다면 요즘은 일 년 내내 대다수 시간대가 마감돼 있다"면서 "코로나로 결혼을 미룬 이들이 대거 몰린 탓"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예식장은 홀 상담 일정을 잡는 것조차 어렵다. 대부분의 식장이 상담 1~2주 전 오전 10시경부터 전화 예약을 받는데,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10~20분 만에 예약이 마감되거나 전화 연결 자체가 어려워 예비부부를 난감케 하고 있다.
웨딩홀뿐 아니라 '스드메'로 불리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예약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예비부부가 원하는 대로 업체, 전문가, 시간대를 모두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단 이야기가 나온다. '다이렉트 결혼준비' 등 주요 웨딩 커뮤니티에서는 스드메 예약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 인기를 끌던 스몰웨딩 트렌드는 다시 대규모 웨딩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웨딩업계 관계자는 "예식장 인원제한이 심할 땐 아예 가족, 친지, 가까운 친구만 모이는 스몰웨딩 수요가 많았다"면서 "요즘은 250~350명 수준의 대형 웨딩으로 알아보는 예비부부가 다시 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슬그머니 가격 인상에 나서는 업체도 있다. 예비신부 B씨는 "이전부터 로망이던 예식장이 있는데 지난해 알아봤을 때와 올해의 견적이 크게 차이났다"면서 "대관료는 100만원 넘게 인상됐고 식대도 견적이 훅 올라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지난해 결혼할 걸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스드메도 마찬가지다. 오는 8월 결혼을 앞둔 C씨는 "미리 찜해둔 웨딩드레스가 몇 주 만에 50만원가량 올라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냈다"면서 "스튜디오와 메이크업은 예약이 꽉꽉 차서 촬영을 세 달이나 미뤘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 준비 기간은 짧을수록 좋다던데 다 옛말이다. 요즘은 1년 정도 기간을 둬야한다"면서 "거액의 돈을 지불하면서도 업체가 갑, 예비부부는 을"이라고 말했다.
웨딩업계 관계자는 "일상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웨딩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면서 "예비부부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만큼 인기 예식장이나 스드메 업체의 가격 인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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