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예물로 받은 샤넬백이 있는데 요즘은 메고 나갈 수가 없어요. 조용히 보관하다가 유행이 시들해지면 꺼내려고요." (40대, 직장인)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샤넬 가방 인기가 조금씩 꺾이는 분위기다. 한때 리셀(재판매) 플랫폼에서 수백만원 웃돈을 줘야 겨우 구매가 가능하던 클래식백, 보이백 등의 리셀 가격이 매장가 아래로 뚝 떨어지고 있다.
20일 대표 리셀 플랫폼인 크림에서 샤넬백 리셀 가격을 살펴본 결과 올해 초 1400만원대로 치솟았던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 가격은 최근 1100만원 초반대로 낮아졌다. 해당 제품의 매장 가격이 1180만원임을 고려하면 소위 '프리미엄'이라 불리던 웃돈이 사라진 셈이다.
매장에서 759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보이 샤넬 플랩백 미디움은 크림에서 750만원대로 매장가와 비슷한 수준에 거래 중이다.
실수요자가 아닌 되팔이족이 웃돈을 벌기 힘들어지면서 백화점 앞에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행렬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샤넬 오픈런, 노숙런(매장 앞에서 밤새 대기하는 것) 행렬이 많았는데 요즘은 꽤 줄었다"고 밝혔다.
직장인 소비자 사이에서는 연차를 쓰고 오픈런을 해야 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퇴근런(회사 업무를 마치고 나서 매장으로 향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평일이라면 퇴근 후인 저녁 7~8시 사이 대기 등록을 해도 매장 문을 닫기 전에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대기 행렬이 줄어들어서다.
패션업계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샤넬 오픈런 현상이 브랜드 이미지를 추락시켰다고 보고 있다. 또 지나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 역시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샤넬이 한국에서만 과도하게 가격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계속되자 소비자가 부정적 이미지를 갖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심지어 가격이 오르는데 희소성은 점점 떨어지니 다른 명품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샤넬의 인기가 완전히 사그라들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여전히 주말이면 대부분의 백화점 샤넬 매장에서 오전 중 대기가 마감된다. 샤넬 매장 관계자는 "주중은 상황에 따라 변동이 크지만 주말에는 확실히 입장 마감 시간이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샤넬코리아 실적 역시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2238억원, 영업이익 248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31.6%, 66.9% 급증한 수치다.
오프라인 면세점 업황 부진에도 국내 사업 흥행이 이어져 패션뿐 아니라 향수·뷰티, 워치·화인주얼리 등 전 사업부가 성장했다. 지난해 인기 품목을 중심으로 4차례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 역시 주효했다고 풀이된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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