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전유물이던 위스키가 코로나19 확산 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 소비층이 2030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류업계에서는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위스키 수요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GS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GS25의 지난달 위스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7.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눈여겨볼 점은 위스키를 구매한 전체 소비자 중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51.3%에서 올해 70.8%까지 19.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은 편의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류업체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지난해 말 실시한 '위스키 구매 연령층 조사'에서도 '한 번이라도 위스키를 구매한 적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 중 33%는 30대였고, 20%는 20대가 차지했다. 2030이 과반이라는 의미다.
주류업계에서는 2030의 위스키 소비 증가와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그중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무게를 싣고 있는 건 인스타그램이 위스키 소비를 촉진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인스타그램에는 '위스키'와 '하이볼', '홈텐딩' 관련 게시물이 98만여개 게재돼 있다.
등록된 게시물 중에는 제조사나 수입업체가 올린 홍보성 내용도 있지만, 소비자가 위스키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직접 공개한 사례도 상당수다. 게시물은 대부분 싱글몰트(Single Malt) 제품이나 위스키에 탄산음료 등을 섞어 마시는 칵테일 '하이볼'과 연관이 있다.
SNS 속 위스키 소비 트렌드는 실제 유통업계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위스키 수입량은 1만5661t으로 집계됐다. 2년 전 1만9836t보다 21%가량 감소한 것인데 이 기간 수입액은 오히려 14% 늘어났다.
수입량은 줄었는데 수입액이 늘어난 까닭은 소비자들이 찾는 품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보급형 블랜디드 위스키가 인기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고가형 싱글몰트 위스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또 하이볼의 주재료인 토닉워터 매출도 늘어났다. GS25에 따르면 지난달 토닉워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4.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SNS 속 트렌드가 매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흔히 '양주'라고 하는 하드 리큐르 품종은 위스키 외에도 다양하다. 보드카도 있고, 데킬라도 있고, 럼도 있다"면서 "그 중 위스키가 유독 인기인 건 다른 술에 비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드카는 대개 무색이라 사진으로 담기에 예쁘지 않고, 테킬라나 럼은 국내에 공급되는 양과 품종이 적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접근성이 좋고, 고급화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위스키에 수요가 집중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로 샴페인의 수요 증가를 꼽고 있다. 과거 샴페인은 대개 송년회나 기념일, 혹은 골프장 등에서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스타그램 등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획전에서 샴페인 등 스파클링 와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이트진로가 독점 수입하는 '떼땅져' 등 샴페인의 매출 역시 지난해 70%가량 증가했다.
한 주류 수입업체 관계자는 "플렉스(Flex), 호캉스, 홈파티 등 과시성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샴페인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도수가 낮고 은은한 단맛이 있어 여성 소비자들에게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이어 "샴페인도 위스키와 마찬가지로 고급 주류라는 인식이 있다.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려도 호응이 좋은 주종"이라며 "수입사들도 인스타그램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해나가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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