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유즈 로켓이 세계 우주항공업계에서 외면 받자 스페이스X, 로켓랩, 아리안스페이스 등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 시각) 전했다.
소유즈 로켓은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가 개발한 발사체로, 1960년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우주를 약 2000회 비행한 베테랑 로켓이다.
지난 201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이 퇴역하고 민간 우주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대략 10년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갈 수 있는 수단은 소유즈 로켓이 유일했다. 당시 전 세계 국가들은 ISS에 사람을 보내기 위해 소유즈 로켓을 빌려야 했고, 이 시기 러시아는 우주항공업계서 최고 '배달 대행사'로 자리매김 했다.
그런데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서방 국가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가 이에 보복하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잃게 됐다. 러시아 정부가 외국 기업에게 물품 인도를 중단하고, 고객의 자산을 압류하려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달 초 드미트리 로고진 로그코스모스 사장은 러시아 국영 뉴스전문 채널에 출연해 미국에 로켓엔진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엔진은 주 고객인 보잉사와 록히드마틴사의 합작회사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와 미국 방산업체 '노스럽 그러만'에 납품될 예정이었다.
또 영국의 우주기업 원웹은 이달 초 소유즈 로켓을 이용해 위성을 발사하려고 했으나 로스코스모스가 군사용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약속을 강요하자 발사 계획을 취소했다. 원웹은 그동안 지구 저궤도에 배치한 위성 428기를 모두 소유즈 로켓을 통해 발사했었다.
이후 원웹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도움을 요청했고, 스페이스X가 협력을 약속했다. 구체적인 발사 계획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원웹의 위성들은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인 팰컨9에 실려 올해 말 처음 발사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주개발기업 로켓랩은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에 통합우주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하고, 신형 로켓의 시장 진출 계획을 앞당기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섰는데 이는 러시아가 주춤한 사이 우주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정부의 보복성 조치로 소유즈 로켓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스페이스X, 로켓랩, 프랑스 우주발사서비스기업 아리안스페이스 같은 경쟁사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우주발사 시장이 열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위성통신 분석업체 퀄리티애널리틱스는 "러시아 정부가 소유즈의 상업적 잠재력을 죽였다"라며 "러시아 정부의 행위는 전 세계 발사체 이용 목록에서 소유즈를 영원히 퇴출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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