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21일부터 해외 입국자의 의무 격리를 면제하자 코로나19 확산 후 침체됐던 여행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해외 항공권 예약이 급증하는 한편, 하드 캐리어와 파우치 등 여행용 상품 매출도 대폭 늘어났다.
27일 11번가에 따르면 정부가 해외 입국자의 의무 격리 면제를 밝힌 다음날(1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11번가의 여행 관련 카테고리에서 모든 상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품목별로는 여행용 네임택(이름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39% 늘어나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그다음으로는 브랜드 여행 가방 등 하드 캐리어류 매출이 171% 증가했고, 여행용 파우치와 보스턴가방 매출이 전년 대비 31%, 30% 성장을 각각 기록했다.
또 이마트에서도 이달 11일부터 23일까지 여행용 가방 매출이 전년보다 42.4% 증가했다. 특히 골프 가방의 경우 매출이 191.3% 증가해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에서도 여행 가방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7%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관련 상품 매출액이 급증하는 건 최근 해외여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달 21일부터 백신 접종을 마치고 접종 이력을 등록한 사람에 한해 일주일 격리를 면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국의 발표 이후 가장 먼저 매출이 급증한 건 해외 항공권 수요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이달 11일부터 13일까지 해외 항공권 예약이 전년 동기보다 873%, 전월 동기보다 281%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4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에어서울 카운터. 해외로 출국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노선별로는 미주(39.1%)와 유럽(31.5%)이 가장 수요가 많았고, 동남아(18.9%)와 대양주(6.9%)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4개 노선의 전월 대비 예약 증가율은 ▲미주 351% ▲유럽 294% ▲동남아 187% ▲대양주 359% 순이다.업계에서는 미주 노선의 하와이, 대양주 노선의 괌으로 향하려는 이가 많은 까닭을 신혼여행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3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결혼을 해도 해외여행을 제대로 가지 못한 소비자들이 대다수"라고 분석했다.
증권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항공·여행 관련주에 주목하고 있다. 자가격리 면제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인 이달 10일부터 25일까지 아시아나항공 주가(종가)는 1만8100원에서 2만950원으로 15.7%, 대한항공 주가(종가)는 2만7900원에서 2만9750원으로 6.6% 상승했다.
이 기간 여행주 중에서는 ▲모두투어가 2만1050원에서 2만3150원으로 10.0% ▲하나투어가 8만1300원에서 8만3300원으로 2.5% ▲참좋은여행이 1만46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1.7% ▲레드캡투어가 2만3250원에서 2만3600원으로 1.5% 각각 상승했다. 모두 종가 기준이다.
백신 접종 완료자의 입국 시 자가격리가 면제된 것 외에도 해외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않거나, 검사비를 지원하기 시작한 만큼 여행객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사이판의 경우 한국인의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동시에 여행경비 일부와 PCR 검사비 전액을 지원한다.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격리비와 치료비 전액도 지원한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당분간은 가까운 휴양지로 수요가 몰리고, 휴가철에 접어들면 본격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며 장거리 노선의 인기도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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