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의 '눈'이라 불리는 능동형위상배열(AESA) 레이다에 대한 국내 시험비행이 시작된다.
4일 한화시스템은 AESA레이다를 탑재한 시험항공기(FTB·Flying Test Bed)를 이용해 이달 중순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AESA레이다는 현대 공중전에서 전투기의 생존과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최첨단 장비로 꼽힌다. 공중·지상 표적 탐지, 추적, 영상 형성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미래 전투기의 핵심 장비다. 레이다 전면부에 고정된 1000여개의 송수신 통합 모듈을 전자적으로 제어해 신속한 빔 조향이 가능하다. 광대역 탐지, 다중 임무 수행, 다중 표적과 동시 교전 등을 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비행시험을 통해 AESA레이다에 구현된 모든 개발 요구 기능·성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다양한 비행 시나리오 적용과 반복 시험을 통해 AESA레이다의 완성도를 향상시키고, 제품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TB는 국내 비행시험을 위해 오는 주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민간항공기(보잉737-500)를 개조해 AESA레이다를 장착했다. 지난해 11~12월 총 10회 비행시험을 통해 최대 탐지 거리 등 기본 기능·성능 시험을 마쳤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AESA레이다 시제기 1호 [사진 제공 = 한화시스템]
이번 국내 비행시험을 마치면 AESA레이다의 요구 성능이 준수됐는지 최종 판단 후 KF-21 시제기에 탑재해 추가 비행시험을 수행한다. 또 KF-21에서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지형 추적과 회피 기능 시험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국내에서 50회가량 비행시험을 수행할 예정이다.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는 "미국이 AESA레이다 기술이전을 거부한 이후 국내 개발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한화시스템은 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 등과 협력해 AESA레이다 시제기 1호를 성공적으로 출고시키며 기술력을 입증했다"며 "남은 국내외 비행시험을 통해 AESA레이다의 요구 성능을 최적화해 한국형 전투기의 성공적인 개발에 기여하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0년 8월 AESA레이다 시제기 1호를 출고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12번째로 AESA레이다를 개발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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