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후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가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큰 손 소비자로 떠오른 2030 세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위함인데 브랜드 홍보를 뛰어넘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지난 13일부터 팝업 스토어 '파바 디저트랜드' 운영에 들어갔다. 연인 간에 초콜릿과 케이크 등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오는 24일까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판매 중인 제품을 진열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파리바게뜨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매장 내부를 분홍색으로 꾸몄고,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을 마련했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소비활동 자체를 즐기는 MZ세대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밸런타인데이이지만, 파리바게뜨가 올해 팝업 스토어까지 구축한 건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함이다. 무료 쿠폰을 제공하고, 시그니처 캐릭터로 만든 굿즈 등을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정체성도 각인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앞선 유사 사례 중 대표적인 게 하이트진로의 팝업 스토어 '두껍상회'다. 하이트진로는 서울을 첫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두껍상회'를 10번 운영했는데 이 기간 팝업 스토어 누적 방문객 수는 18만여명에 달한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가장 최근 문을 닫은 팝업 스토어 서울 강남점의 경우, 작년 11월 24일부터 올해 1월 23일까지 61일간 하루평균 1300여명이 방문했다. 자사 캐릭터인 두꺼비를 새겨넣은 소주잔 등 희소성 있는 굿즈가 인기를 끌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일궈낸 셈이다.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그렇다고 팝업 스토어가 굿즈 판매에만 매진한 것도 아니다. 굿즈가 독보적인 인기를 끈 건 사실이나, 포토부스와 각종 SNS 이벤트도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특히 젊은 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소맥 자격증' 발급 행사도 화두였다.업계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들이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팝업 스토어 형태가 더 다양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직접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고전적인 전략도 있지만, 거리두기 상황 속에서는 입소문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상품 판매도 물론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인식 측면에서 팝업 스토어가 용이한 부분이 많다"며 "관찰하는 소비자에서 참여하는 소비자로 전환될수록 매출도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팝업 스토어는 그 특성상 장기간 유지되는 매장이 아니다 보니 기업 차원에서도 매장 기획·유지에 드는 품이나 부담이 덜하다"며 "소비자 확보와 경제성 측면 모두에서 이득인 셈"이라고 부연했다.
팝업 스토어를 통해 소비자 몰이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기업들도 그 형태를 다원화하는 분위기다.
오비맥주의 벨기에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의 경우 작년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팝업 레스토랑을 연 뒤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유럽풍 음식과 맥주에 힘입으면서 레스토랑 개장 한 달 만에 맥주가 1만잔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1월 LG전자와 협업해 서울 성수동에 '금성오락실'과 '신세계분식'을 선보였다. 학창 시절 방과 후 오락실에 가던 감성을 LG전자가 구현해낸 것에 신세계푸드가 떡볶이 등 분식집 콘셉트를 더한 것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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