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 동안 활발하게 진행해온 백신 접종률 때문인지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 미국 등은 방역 조치를 완화하며 '위드 코로나'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7일 코로나19와 바이러스와 관련해 그 동안 발생한 주요 변이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 주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코로나 변이는 정해진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임의적 변이(random mutation)'이다. 그 가운데서 전파력이나 중증도, 또는 백신 면역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변이는 우리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런 변이에는 그리스 알파벳을 붙이는데 지금까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최근의 오미크론까지 5가지가 있다.
이런 변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새로운 변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2년 전에 우한에서 나타난 바이러스는 이제 더 이상 유행하고 있지 않으며, 지난해 봄에 나타났던 델타는 지난 여름부터 우세종으로 유행하다가, 이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신 지난해 11월 등장한 오미크론은 벌써 전세계적으로 60%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주에 50%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아마도 이달초순께 오미크론이 델타를 모두 밀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 나이에 따른 코로나 증상과 중증도
다른 감염병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도 대부분 경증이고, 일부만 폐렴이 오고, 99%는 회복된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 감기, 독감, 폐렴 등 4가지 다른 스펙트럼의 질병을 일으키는데, 특히 젊을수록 무증상이나 감기, 고령일수록 폐렴으로 나이에 따라 중증도가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의 병독력이 중증도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바이러스 병독력보다 숙주의 면역력이 중등도를 결정한다. 즉, 똑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면역력이 좋은 젊은층에서는 무증상이나 가벼운 상기도 감염으로 지나가지만, 백신을 맞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심각한 폐렴이 발생하는 것이다.
코로나에 감염되어 중환자가 될 위험인자로는 당뇨병이나 만성 기저질환 등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나이'다. 그래서 감염 치명률을 보면, 20대는 0.01%이지만 40대는 0.1%, 60대는 1%이고, 80대는 10%로 나이대가 올라갈수록 치명률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만일에 60대 환자가 기저질환, 예를 들면 당뇨병이 있다면 치명률이 1.2%로, 약 20% 정도가 높아진다.
◆ 코로나 감염과 면역
코로나-19 감염병 피라미드 나이가 많을수록 면역력이 저하되어 폐렴 등 심각한 증상이 발생한다.
자연 감염 후 획득하는 면역은 백신접종 후 생기는 면역에 못지않은 예방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로 미국 CDC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백신 면역은 감염 확률이 약 90% 감소했는데, 자연 감염 면역은 이보다 1/3 더 낮았다. 입원할 위험성도 백신 면역은 0.07%, 자연 면역은 0.03%로 더 낮았다. 그리고 자연 면역+백신 면역, 즉 하이브리드(hybrid) 면역이 감염 위험이나 입원 위험도가 가장 낮았다.이런 효과는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발표한 데이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연 감염이 없는 사람들은 mRNA백신을 2회 맞아도 예방 효과가 60~70% 정도였다. 반면, 자연 감염이 있는 사람들은 mRNA백신을 2회 맞을 경우 델타 예방효과가 가장 높아서 96%였고, 1회만 맞아도 85%였다. 이렇게 자연 감염에 백신 면역이 더해진 hybrid 면역은 백신 단독보다 예방 효과가 더 높았다.
◆ 오미크론이란?
면역 효과 비교(미국) 백신 접종 후 감염확률이 90% 감소하며, 자연 감염 면역은 이보다 감염확률이 1/3 더 낮다. 감염확률, 입원확률 모두 hybrid 면역(자연감염+백신접종)에서 가장 낮다. (▲파란색 막대: 전혀 면역이 없는 사람 ▲주황색 막대: 백신으로 면역을 획득한 사람 ▲회색 막대: 백신은 맞지 않고, 자연 ...
오미크론은 스파이크 단백의 변이로 말미암아 세포 침입 기전이 변하고, 면역회피가 가능하다. 면역 회피는 스파이크 단백에 대한 항체 면역을 무력화시키지만, 다른 단백(항원)에 대한 세포면역은 비교적 잘 유지되고, 특히 부스터 접종으로 중증 예방 효과가 있다.한편, 세포 침입 기전의 변화로 하기도 감염은 잘 일어나지 않고, 주로 상기도 감염이 발생한다. 따라서 예방접종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오미크론 유행으로 상기도 감염, 즉 경증 환자가 대량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 오미크론 증상과 예후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했던 오미크론 환자들의 폐 CT 사진을 분석한 결과, 폐 침윤의 정도와 범위가 델타 환자의 폐렴보다 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오미크론 환자 75명의 임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인후통이 43%에서 나타났으며, 발열 지속기간은 3일로 짧았다. 이는 산소투여나 항바이러스제가 필요하지 않는 경증이고, 폐렴 소견도 10% 정도로 적었다.
◆ 델타 vs 오미크론 외국 연구 사례
외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 결과에서도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훨씬 더 경증임이 확인됐다. 캐나다 연구 결과,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입원율은 0.51%로 델타보다 1/3더 낮고, 중환자로 악화될 위험은 1/7정도였다. 사망률도 델타는 0.12%, 오미크론은 0.03%로 낮았다.
영국에서도 오미크론의 입원율과 응급실 방문이 델타에 견주어 약 1/2 에서 2/3 정도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보고된 국가 규모의 데이터에서도 오미크론의 입원률과 사망률은 델타에 비해서 반 정도로 낮은 것으로 볼 때, 오미크론의 병독력이 약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 델타 vs 오미크론 백신 면역 효과 비교
델타-오미크론 중증도 비교(캐나다) 입원 확률, 악화 확률, 사망률 모두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낮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 효과는 감염예방, 발병예방, 중증예방에 있어서 대략 20~3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부스터 접종을 하면 세포매개 면역 반응은 cytotoxic T 세포(세포독성세포, CD8세포) 반응이 델타에서 70%, 오미크론에서 70%로 나타났다. 또한 T helper 세포(보조 T세포, 세포독성세포 활성화에 도움을 줌) 반응은 델타에서 70%, 오미크론에서 50%로 비교적 잘 유지되기 때문에 부스터 접종을 완료하면 오미크론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예상
지난 해 11월 이후, 우리는 코로나 폐렴 환자의 입원과 이들의 중환자실 치료에 주력해 왔다. 모든 공공의료기관의 역량을 코로나 중환자 치료에 집중하면서 생긴 의료공백은 민간병원이 채우도록 방향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우리는 이제 수 없이 많은 경증 환자 발생에 대응해야 한다.
오미크론 대유행 피라미드 = 오미크론 대유행 시 경증 환자의 급증(빨간색 영역)이 예상되는데, 기존 방역체계 하에서라면 출산, 응급처치 등 응급한 시술·수술의 지연이 우려된다.
우리나라 통계로 한달에 출산은 2만 3000건, 심근경색증은 1만건 발생한다. 이 가운데 10%만 오미크론에 감염돼도, 한달에 출산 2300명, 심근 경색증 1000명을 진료해야 한다. 또한 겨울에 자주 발생하는 빙판길 낙상후 골절, 뇌경색과 뇌출혈 환자도 봐야 한다. 이렇게 날마다 발생하는 응급 진료 수요가 오미크론 폐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오명돈 교수는 "코로나 양성이기 때문에 진료가 늦어져서 구급차에서 출산하거나 응급 시술과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우리는 이처럼 급증하는 경증 환자의 진료를 준비해야 한다"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폭증하는 지금 상황에서도 우리가 너무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이 사태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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