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임신부의 삶의 질에는 관심을 안 갖는 거죠?. 엄마는 자기 일을 잘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주부라면 주부 일을, 직장을 다닌다면 직장일을, 그저 스스로의 인생을 살면 된다."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위험이 높은 다태아 출산 부분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tvN'유퀴즈-명의' 특집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배우 송일국의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를 비롯해 33년간 2만명이 넘는 아이를 직접 받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34년 만에 탄생한 다섯쌍둥이 수술을 집도했다. 현재까지 쌍둥이 산모는 4000명, 세쌍둥이 450명, 네쌍둥이는 8명 정도의 분만을 담당했다.
전 교수는 임신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임신한 여성을 볼 때 많은 사람들이 산모를 보지 않고 아기를 본다"며 "이걸 먹으면 아기에게 좋다고 한다. 그런데 근거 없다. 대표적인 얘기가 안정이다. 제가 볼 때 제일 안 좋은게 안정이다. 단태아거나 쌍태아거나 삼태아거나, 안정 빼고 다 해도 된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임신 12주까지를 '안정기'라고 부르는 데 대해선 "임신 12주까지 유산할 확률이 80%, 12~40주에 잘못될 확률이 20%로 12주까지 유산되는 아이들이 많은 것 맞다"면서도 "유산될 애가 유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엄마가 누워있더라도 유산될 애는 되고, 매일같이 돌아다녀도 안될 애는 안 된다"며 "유산이 많이 되는 건 맞지만 안정해야 하는 시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전 교수는 "한 2주만 아무 것도 안하고 안정을 취하면 근육이 빠진다. 안 그래도 임신부의 혈전증 위험이 높은데 더 높아진다"며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임신부의 삶의 질에 왜 관심을 안 갖는 거냐. 누워있다고 조산이나 유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해서 안정을 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그는 "임신 과정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며 "임신부들이 '이렇게 힘드냐'고 그러면 '몰라야지 임신하지, 알고는 못 하는 게 임신'이라고 이야기한다. 배가 수시로 뭉치고 딱딱해지고 빠질 것 같고, 또 몸은 왜 이렇게 가려운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임신한 여성을 볼 때 많은 사람들이 산모를 보지 않고 아기를 본다"며 "아기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중 많은 경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태교에 대한 입장도 달랐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 전 교수는 "태교를 했을 때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막연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일해야 하거나 태교를 할 시간이 없는 여성들이 죄책감까지 가진다"며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아기에게 이상이 생겼을 때 임신부가 태교를 못 해서 그런 거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가정주부로서든, 직장을 다니든 엄마는 자기 일을 잘하면 그거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