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가성비 좋은 배터리와 원재료 공급망 확보를 무기로 전기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는 가운데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안전성과 에너지밀도가 높아 차세대 전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의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면 향후 중국과의 시장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2008년부터 삼성전자종합기술원(SAIT), 일본연구소(SRJ)와 협업해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5년까지 프로토타입 개발을 마치고 2027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8년 양산이 목표다.
◆ 전고체 배터리, 용량 크고 안전해 '꿈의 전지'라 불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 이온이 움직이는 통로인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만든 배터리다. 리터당 에너지밀도가 기존 전지의 1.5배 수준이고, 액체 전해질이 고온에서 가스로 변해 폭발 위험이 있는 반면 고체 전해질은 고온에서도 안전하고 환경 변화에도 강해 '꿈의 전지'로 불린다.
배터리 전체 크기도 작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는 전지 여러 개를 직렬로 연결해야 에너지밀도가 높아지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전지 하나에 전극과 전해질을 층층이 연결하면 된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 분리막이 필요 없어 얇고 유연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액체 전해질만큼 이온을 잘 전달하는 소재가 발견되지 않아 일찍 상용화되지 못했다. 그러던 2010년 일본 도요타가 전해질로 황화물을 사용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 이후 관련 연구가 활발해졌다.
현재는 고체 전해질로 황화물, 산화물, 고분자가 쓰인다. 이중 황화물 전해질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도요타를 비롯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황화물 고체 전해질을 연구 중이다. 황화물 전해질은 산화물과 고분자에 비해 전기전도도가 높고 공정이 쉬운데다 생산성이 좋다.
이런 장점을 가졌기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를 전기차에 활용하면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폭발이나 화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액체 전해질만큼 전도도를 높이지 못해 국내외에서 관련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한 번 충전으로 주행거리 800㎞, 1000회 이상 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실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실리콘 음극제의 부피 변화를 억제해 전고체 배터리 수명을 늘린 연구를 올해 사이언스지 9월호에 실었다.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의 약 60%을 가진 도요타는 지난 9월 자사 유튜브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프로토타입의 주행 영상을 공개하며 2030년까지 1조5000억엔(약 15조5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게임체인저' 될 수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벽 많아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가 완성되면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예측과 함께 아직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안전성을 바탕으로 에너지 밀도가 기존의 10배, 20배인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겠지만 2025~207년쯤 완성할 수 있는 초기 모델은 원하는 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가격이 비싼 것도 걸림돌이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 교수는 "액체 전해질보다 고체 전해질의 가격이 비싸다"며 "배터리는 양산 기술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여느 때보다 상용화에 가까워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브레이크스루라 할 만한 것은 없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는 도요타도 가시적인 성과가 안 나오는 상황인데 이를 추월한 곳이 없다"며 "전고체 배터리에 집중했던 도요타가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걸 보면 근 시일내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걸 내부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리튬금속을 음극으로 쓰는 전고체 배터리가 액체 전해질과 분리막을 쓰는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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