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쉽죠. 예전에 부모님 선물 샀던 곳인데."
5일 오전 11시께 서울 동작구 이수역 앞에 위치한 태평백화점. 이달 말 폐점을 앞둔 이곳에서는 이날 '고별 세일'이 한창이었다. 매장마다 적게는 10%부터 많게는 80% 이상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한 남성복 매장 앞에서 만난 소비자 A씨(60대)는 "젊었을 때 없는 형편에 부모님 선물 사러 왔다가 가격표 보고 혼자 답답해했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이어 "백화점이 닫는다는 소식에 와 봤다"며 "최근 몇 년은 안 왔지만, 없어진다고 하니 아무래도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태평백화점은 현재 서울 시내에 남아있는 마지막 단일 백화점이다. 지난 1992년 '태평데파트'라는 이름으로 개업한 뒤 1994년 '태평백화점'으로 사명을 바꿨다.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인 이곳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등 굵직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줄곧 이 자리를 지켜왔다.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소재 태평백화점의 외관. 태평백화점은 이달 31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이상현 기자]
한때 이수역의 상징으로 통했지만, 온라인 유통업체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밀리면서 영업 실적이 차츰 부진해졌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얼어붙은 경기가 끝내 백화점의 앞날에 종지부를 찍었다.폐점을 앞둔 태평백화점에서는 이날 정문 앞부터 시작해 거의 모든 매장에서 할인 상품 매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최대 90%에 달하는 파격적인 할인 안내문과 곳곳에 텅 비어있는 매대가 백화점의 마지막을 짐작하게 했다.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은 모두 어림잡아 60명이 채 되지 않았고, 대부분이 중장년이었다. 소비자들은 등산복 등 스포츠·아웃도어 상품이 비치된 3층에 가장 많았다. 대부분은 실제로 상품을 구매하기보다 구경만 하고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할인 행사 소식을 듣고 왔다는 소비자 B씨(60대)는 "다른 곳보다 저렴해서 자주 찾던 곳"이라며 "애용했는데 (문을 닫는다니) 섭섭하다"고 말했다. B씨는 "백화점 많아지기 전에는 이 동네서 이만한 곳도 없었다"라며 "우리 같은 사람들 추억이 깃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5일 오전 태평백화점 내부 모습. (위) 소비자들은 실제로 상품을 구매하기보다 구경만 하는 경우가 많았고, (아래) 일부 매장은 이미 비워진 상태였다. [이상현 기자]
태평백화점은 이달 31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모기업인 경유산업의 매출액은 지난 2019년 104억원에서 2020년 67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15억원에서 3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폐점을 준비하며 분주하게 짐을 옮기던 직원 C씨(50대)는 "젊은 사람들이 이제 이런 곳 오겠느냐"며 "장사 안돼 폐점할 거란 얘기는 사실 오래전부터 돌았다"고 운을 뗐다. C씨는 "다시 어디서든 일을 하긴 해야 한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당장은 잘 모르겠다"며 돌아섰다.
태평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 현재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모두 퇴사한다"며 "(입점 업체의 경우) 본사도 있고 대리점도 있다. 계약기간은 모두 10월 말일까지"라고 설명했다.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 이 자리는 '이수3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개발된다. 서울시와 동작구에 따르면 백화점 부지에는 지하 6층, 지상 23층 규모의 트윈타워가 지어질 예정이다. 저층부에는 주민센터와 대형마트, 고층부에는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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