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가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유방암 환자를 위해 만든 교육 프로그램 '메이크업유어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
유방암은 치료 과정에 따른 신체 변화로 자존감 저하, 우울,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메이크업유어라이프가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연구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및 임상역학연구센터 조주희,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40세이하 젊은 유방암 환자의 자아신체상 증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Beauty Of Delighted Young lady, 바디 프로그램)'효과를 평가한 연구논문을 암 완화의료 및 생존자 관리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저널 중 하나인 'Journal of Supportive Care In Cancer'최근호에 게재했다고 1일 밝혔다. 바디 프로그램은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남석진, 이정언, 이세경 교수, 암교육센터 김나연 종양전문간호사, 아모레퍼시픽의 피부관리, 메이크업, 헤어 전문가를 비롯해 암생존자들이 참여해 만들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후원한 암환자 외모관리 제품 키트를 기반으로 젊은 암 환자에 적합하도록 개발됐다.
바디 프로그램은 외모변화로 정신, 사회적 어려움을 다양하게 경험하는 젊은 환자를 고려해 기존 1회로 (2시간) 진행했던 메이컵유어라이프 프로그램을 심층과정으로 개발되었으며, 총 4회, 회당 2시간씩 진행되며 각 회차 마다 마음관리와 외모관리가 1시간씩 이뤄진다. 마음관리는 본인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고 긍정적, 부정적 부분을 이해한 뒤 부정적 감정의 대처 방법을 일러준다. 본인의 성격과 가치관을 반영해 5년 뒤 목표설정 및 미래 계획 공유하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외모관리는 치료 후 달라진 외모를 점검하고, 메이크업 실습, 탈모 극복법, 두피 관리, 헤어를 포함한 셀프 스타일링 요령을 교육한다.
연구팀은 유방암 수술을 받은 40대 이하 환자 109명을 무작위로 배정해 바디 프로그램 참가자와 미참가자의 신체상(Body Image)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도출해 비교 분석했다.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도구인 'EORTC BR23'을 활용했다. 신체상이란 객관적인 실제 외모가 아닌 신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주관적이고 정신적인 상으로, '나'와 '내가 아닌 것'을 구별하는 자아의 원초적 구성요소이다. 자아신체상을 점수를 매겨 100점 만점으로 높을수록 자기 신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만족한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점수가 낮아지면 신체상이 훼손돼 자아 역시 흔들리기 쉽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들을 무작위 배정해 나눌 때만 하더라도 바디 프로그램 참여군과 미참여군의 신체상 점수는 각각 61.2점, 56.3점으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교육이 종료되고 난 뒤 다시 측정했을 때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 참여군은 시작 당시보다 14점 올라 75점을 기록했고, 미참여군은 3점 향상되어 59.3점에 그쳤다.
이러한 효과는 교육 6개월이 지나서도 지속돼 참여군이 미참여군에 약 10점 이상 높은 자아신체상을 보였다.
조주희 교수는 "외모는 타인이 보는 첫 모습일 뿐 아니라, 자기다움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해준다"면서 "익숙했던 외모가 치료 과정에서 달라지면 자신감이 사라지고 환자의 삶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들이 많은 국내 유방암 환자의 현실을 고려하면 유방암 치료 후 삶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는 이번 연구 외에도 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근거 기반의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오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후원으로 치료로 인한 피부나 모발의 변화를 이해하고 회복을 돕는 교육 및 제품 개발을 통해 암 환자들이 치료와 삶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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